그랜드슬램...골프가 어려울까, 테니스가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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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8-12 10:24 조회1,718회 댓글0건본문
그랜드슬램(Grand slam)은 야구에서는 만루홈런, 골프와 테니스에서는 4대 메이저 대회 석권을 일컫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2013년 에비앙 챔피언십을 메이저대회로 승격시켜 5대 메이저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5개 타이틀 가운데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을 따내지 못한 박인비가 그랜드슬램 작성자로 인정받는 이유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1승을 거둔 미국의 조던 스피스(24)는 10일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퀘일 할로우 클럽(파 71/7,600야드)에서 벌어지는 PGA 챔피언십 우승에 도전한다. 우승할 경우 PGA 투어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최연소(24세 17일)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종전 기록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24세 7개월 24일이다.
그랜드슬램은 최연소 여부를 떠나 PGA 투어 역사상 단 5명밖에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1965년 이후 지난 52년 동안 그랜드슬램을 작성한 골퍼는 개리 플레이어(남아공화국), 잭 니클로스, 타이거 우즈 등 3명 뿐이다. 진 사라센은 1935년, 벤 호건(이상 미국)은 1953년에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거머 쥐었다. 그러나 한 시즌에 그랜드슬램을 작성한 골퍼는 아직 없다. 우즈는 1999년 시즌 마지막 대회 PGA 챔피언십에 이어 이듬해 마스터스-US오픈-브리티시오픈을 연속으로 우승해 이른바 ‘타이거 슬램’을 이룬 적은 있다.
LPGA 투어에서도 한 시즌 그랜드슬램 작성자는 전무하다. LPGA는 스폰서 문제로 메이저 대회가 자주 바뀌었다. 박인비를 비롯해 안니카 소렌스탐 등 7명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다.
테니스는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의 4대 메이저 타이틀이 그랜드슬램이다. 남자 8명, 여자 10명이 그랜드슬램을 작성했다. 테니스에서는 한 시즌에 4대 타이틀을 모두 가져간 선수들이 있다. 남자는 호주의 로드 레이버(1962년) 뿐이지만 여자는 미국의 모건 코놀리(1953)와 호주의 마가렛 코트(1970), 독일의 슈테피 그라프(1988)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레이버와 코놀리는 오픈시대가 시작된 1968년 이전에 달성했다. 따라서 남자의 경우 프로-아마추어의 오픈시대로 접어든 이후 한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주인공은 아직 없는 셈이다. 그라프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한 시즌 메이저 5관왕에 올랐는데 그 때 나이 19세였다.
테니스의 한 시즌 그랜드슬램의 열쇠는 클레이코트에서 벌어지는 프랑스오픈이다. 19개의 최다 메이저 타이틀 우승자인 로저 페더러는 2004년, 2006년, 2007년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3대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다. 2009년에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비로소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노박 조코비치도 2011년과 2015년 프랑스오픈을 빼고 3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바 있다. 조코비치도 2016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영국의 앤디 머리를 누르고 그랜드슬램 정상에 우뚝 섰다. 2003년 21세로 그랜드슬램을 작성한 서리나 윌리엄스는 통산 23승을 거뒀다. 최다 우승(24승) 타이기록에 1승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 윌리엄스도 2002년 호주오픈, 2015년 US오픈에서 우승을 놓쳐 한 시즌 그랜드슬램을 완성하지 못했다.
기록으로 보면 골프의 그랜드슬램 작성이 테니스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스피스의 그랜드슬램이 떼어 놓은 당상은 아니다. 나이가 고려돼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메이저 3승 이상을 거둔 골퍼 가운데 하나의 타이틀을 추가하지 못해 미완성의 그랜드슬래머로 남은 이가 13명나 된다. 메이저 11승을 거둔 월터 해건은 마스터스의 그린자켓을 입지 못했다. ‘디 오픈’에서만 5차례나 우승 한 톰 왓슨은 메이저 통산 8승을 거뒀지만 PGA 챔피언십 트로피를 품지 못하고 은퇴했다. 작고한 아놀드 파머도 7승에 빛나지만 역시 PGA 챔피언십이 없다. PGA 투어 최다승(82승) 기록 보유자 샘 스니드는 메이저 7승 가운데 유일하게 US오픈이 빠져 있다. ‘왼손 지존’ 필 미켈슨 역시 US오픈 트로피가 없다. 준우승만 역대 최다인 6차례다. 스피스의 PGA 챔피언십 우승은 PGA 투어의 전설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