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한 잔 해야 할 것 같은 '한잔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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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포장마차. 말도 없고 마차도 없지만. 포장만은 있었지.
개인적으로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포차들에 대해 불만이 있다. 포차, 즉 포장마차는 한 때 서부극의 주요 소품이었지만 20세기 들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인도변에 대체 로 무단점거하고서 가벼운 음식과 낭만을 팔던 곳이다.
도시가 정비되면서 뒷골목으로 밀려났다가 결국 도태의 길을 밟은 그 포장마차들은 거기서 팔던 떡볶이, 오 뎅, 순대, 가락국수에, 꼼장어 같은 가벼운 안주들을 떠올리게 하며 현재도 가장 그와 유사한 형태로 남아 있 는 곳은 아마도 광장시장의 그 수많은 음식 스탠드들일 것 같다.
서울 종로 광장시장 거리 식당들, 포장 천막은 없지만 그래도 포장마차의 감성만은 남았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포차들은 한국식 펍(pub), 즉 k-pub이라 불러 마땅하고, 그래서 그 렇게 번역되고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포차' 즉 포장마차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분명히 에바다. 하지만 문화 라는 건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주장하면 대체로 그리 흘러가는 법이니, 나 혼자 거스르긴 어려운 일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면서 일단 받아들이자. (이게 말이 되나?)
그래서 포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후 단 한번도 포차에 가지 않았다. 자카르타에도 대략 열 개 넘게 생 긴 것 같은데, 거길 가지 않은 이유는 웬지 가면 술을 마셔야 할 것 같고, 밤에 가야 할 것 같은데 굳이 거기 가 려고 끌라빠가딩에서 시내로 차를 타고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서였고, 요즘은 술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서 였다.
그러다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인도웹 최석일 대표에게 점심 초대를 받았다. 그랜 위자야 건너편, 청기와 식 당 옆에 포차를 열었는데 새 메뉴를 시식해 달라는 것. 4월 27일(월) 점심시간에 그곳을 찾았다. 포차에서도 부담없이 술 먹지 않고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네비 따라 도착한 건물에서 그 포차가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아봐야 했는데 건물 맨 오른쪽에 코딱지 만한 크기 로 붙어 있었다. 코딱지에 비교한 건 너무 했을까?
맨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타나는 작은 계단. 2층에 난 문.
아주 작은 식당을 연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넓은 내부. 칸막이가 있거나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쾌적한 느낌.
거기에 주인 취향을 잘 보여주는 인테리어. 저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니 비슷한 그림들이 올라오는 좁은 계단 옆 벽에도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 한잔포차는 늘 저녁부터 운영했는데 이번에 처음 점심메뉴를 만들어 낮에도 운영을 하려 한 다는 것. 그래서 저기 붙은 메뉴가 전부 신메뉴.

난 바지락 칼국수를 선택했다.
칼칼한 국물이 일품.
메뉴 선택은 성공적.
그런데 이 정도면 다른 음식들도 분명 맛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긴 인테리어.
나름 정갈하지 않은가?
그리고 피타(Vita)와 아쁘릴(April).
여전히 이런 공간을 포차라 부르는 것엔 거부감을 느끼지만 언젠가 아내 데리고 와서 바지락 칼국수를 함께주문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드는 공간.
한잔포차.
그런데 최대표가 술꾼인데 술꾼이 술집 열었으니 큰 일 난 거 아닌가?
2026.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