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재외선거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2016년 4월 13일 실시될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제2기 재외선거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270만 재외동포들이 선거에 참여하고자 했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여 재외선거제도가 도입된 만큼, 제1기 재외선거는 비장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재외국민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면서 재외선거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국회의원선거가 지난 대통령선거보다는 재외국민들의 관심도나 참여도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어, 재외선거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재외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거에의 참여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매 선거마다 국외부재자나 재외선거인으로 신고․신청을 해야 하고, 투표시에는 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 투표참여율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이다.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투표소인 공관까지는 몇 시간에서부터 심지어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또한 차량은 물론이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외국민들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희생하여야 하므로, 아무리 재외선거제도를 개선한다고 해도 재외투표는 결국 해외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재외선거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외선거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최근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신고·신청제도가 국회를 통과하였다. 따라서 기존의 공관방문, 우편 및 전자우편 뿐만 아니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하여도 쉽게 신고·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신고·신청시 여권사본 등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종전에는 개인정보 누출 염려로 인하여 자신의 여권사본을 제출하기를 꺼려졌던 많은 분들이 이제는 안심하고 신고·신청을 할 수 있다. 셋째, 재외선거인 영구명부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아직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여·야가 합의한 만큼 조만간에 입법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의 명부에 등록된 재외선거인은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국외부재자(주민등록자나 국내거소신고자)는 종전과 동일하게 매 선거시마다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재외국민의 투표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귀국투표제도가 도입된다. 귀국투표제도란,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한국에 귀국하는 유권자들도 국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전에는, 국외부재자 명부에 등재된 사람은 투표기간 중 한국에 머무는 경우에 국내에서 투표할 수 없었다. 이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자주 오가는 유권자들도 마음놓고 국외부재자 등록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국내를 포함하여 전 세계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가투표소 제도가 도입되었다. 아직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재외국민 수가 4만명 이상인 경우에는 공관외에 추가로 1-2개의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5년 기준 재외국민 수가 40,741명으로, 추가로 1개의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보다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지만, 추가투표소가 설치됨으로써 투표소에의 접근성이 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존의 재외선거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한계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각자의 일터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재외국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재외선거제도가 십 수년의 논의 끝에 재외동포들의 염원을 담아 어렵게 시행된 제도인 만큼, 한 사람의 재외국민이라도 선거에 참여하여 단합된 한국인의 힘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