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계획은 준비돼 있다. 어쩌면 엄마 뱃속에서부터일 거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연출 안판석)
한인상은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추긴 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 '나 재벌이에요'라는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으리으리하지가 않다. 이준 말대로 한인상은휴머니즘이 있는 사람이다. 1%의 휴머니즘이 있어 신발도 가죽 소재는 신지않는다. 틀에 박힌 재벌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이준이 만들어낸 '한인상'에의문을 가졌다."재벌처럼 잘살아 본 적이 없이 없어요. 한송은 주변에서도 볼 수 없는집안이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오히려 정말 잘사는 사람들은 표시가안 나요. 정말 굉장히 소탈할 거라고 해석했어요. 일부 시청자분들이 '없어
보인다' '부자와 안 어울린다' '부자의 걸음걸이가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부자의걸음걸이가 따로 있나 생각이 들지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닌 거죠. 하지만계산된 것이라는 변명을 하고 싶어요."'풍문으로 들었소'는 '아내의 자격' '밀회'를 히트시킨 안판석 PD와 정성주작가의 작품이었다. 안판석 감독은 이준과 5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너 마음에 든다'라며 한인상 역할을 맡겼다. 그런 안판석 감독과 작업을 통해이준은 많은 것을 얻었다."안판석 감독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스태프가 힘들어서 잘 때도 너는 자면 안된다. 대본을 봐야 한다. 이 작품이 안판석이 연출하는 작품이지만 사람들은너의 작품으로 기억한다. 정신 차리고 1초도 집중 안하면 안된다'라고 하셨어요.촬영장에서 졸았던 저 자신이 작아졌어요. 안판석 감독님은 배우가 역할 맡았을때 달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연구하고 연습하라고 하세요. 1년에 두 작품을하면 3년 동안 6개 달인이 된다고요.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이냐고 하시는데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이준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무색무취'라는 말을 두 차례 꺼냈다.자신과 관련된 말이었다. 28년 동안 이준이 본 이준은 무매력,무색무취라고. 안티가 없는 이유도, 배우로 강점도 잘생기지 않은외모라고 꼽았다. 길에서 지나가다 보면 악수를 청하는 친근함."사실 고등학교 때 반에 남자가 2명이 있었거든요. 제가 잘생겼다고생각했어요.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대학교 때 세상을 보고깨달았어요. 제가 안 잘생겼다는 것을요. 저는 중학교 때 얼굴이그대로예요. 역변도 아니고 그대로 컸어요. 무색무취한 게 장점이라고생각해요. 못생긴 역할도 할 수 있고 잘생긴 역할은…. '갑동이'는잘생긴 훈남 역할이었는데 제가 연기로 커버하려고 노력했어요.잘생겨 보이게요. 잘생긴데 가난한 역할을 하면 어울리지 않을 수가있거든요. 부자역을 많이 하긴 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서봄과제 역할이 바뀌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아버지 한정호를 보면서 이준은 '더 열심히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준상의 평소 모습, 말 한마디에서 감동을 한다. 뮤지컬, 음악 작업을 하고 아들과 놀아주는 아빠다.입대가 1~2년 남은 이준도 유준상처럼 치열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물었다."저는 멀티가 안돼요. 그래서 유준상 선배님이 부러워요. 저는하나를 집중해서 하고 느리더라도 한 단계씩 밟고 싶어요. 동네걸어 다니면서 건강 찾고 밀린 잠을 자는 게 앞으로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