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한국미용브랜드들이 성공적으로 상륙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의 일입니다. 지금은 선두주자 더페이스샵을 비롯하여 미샤, 에뛰드, 아모레 설화수, 스킨푸드, 토니몰리 등을 인도네시아 대형 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고 지금도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현지 식약청에 BPOM 신청을 내놓고 본격적인 인도네시아 시장공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잠재력 큰 미용시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국브랜드들의 현지시장진출을 돕는 보다 전문적인 개인이나 업체들이 있어야 하겠지만 Kotra나 관련 연구소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들은 부정확하거나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 한 예로서 Kotra에 저작권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화장품시장의 성공적 진출전략-에뛰드하우스(Etude)의 인도네시아 진출 성공으로 알아본 한국 화장품의 미래’라는 문서를 보면 그 성의 없음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에뛰드가 현지에서 성공을 했다고 말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로 성공을 했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등등에 대한 수치화, 계량화된 정보는 아예 제시하지도 않은 채 ‘고객에게 공주 같은 기분을 들게 한’ 것 등이 성공원인의 하나였다고 얘기하는 이 문서는 사실상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미용관련업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기 힘듭니다.
(참조-http://seacenter.snu.ac.kr/index.php?module=Board&action=SiteBoard&sMode=VIEW_FORM&iBrdNo=6&iBrdContNo=114&sBrdContRe=0&sSearchField=&sSearchValue=&CurrentPage=7)
일전에 한 업체가 Kotra에 비용을 지불하고 받았다는 현지 헤어미용시장 관련 조사서를 들춰보고 그 허접함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장조사서의 반이 인도네시아가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후가 어떤지에 대한 개괄에 할애되어 있었고(사실 이 개괄부분은 Kotra가 만드는 인도네시아 관련 시장조사서 거의 전량에 붙어 있는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봅니다만) 실제 미용시장에 대한 조사는 미용이나 해당 시장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알바를 시켜 몇 군데 전화하거나 웹사이트를 뒤져 짜맞춘 부실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업체를 침소봉대하여 추켜 세운 부분도 있었고 업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만한 업체 중 한 쪽이 빠져 있기도 했습니다. 현지 시장진입을 위해 꼭 피해야 할 문제점들이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관건들을 지나쳐 버린 것도 도처에 보였습니다. 겨우 그런 정도의 자료를 돈 주고 사는 것보다는 그 돈으로 출장을 나와 1-2주 현지시장을 돌아보는 게 분명 훨씬 효과적이고도 현실적인 방법이라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Kotra를 폄하해서는 안되겠죠. 그 일을 해야 하는 주무부서인 것은 사실이나 모든 산업부문에 정통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니까요. 단지, 돈 받고 하는 일이었다면 그 돈 값 정도는 충실해 해줬어야 했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해외 브랜드들이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벌이는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은 크게 세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첫째는 물론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입니다. 대부분의 샴푸 브랜드들이 그렇듯 현지 10개가 훌쩍 넘는 지상파 방송에 엄청난 비용을 투하하여 광고를 쏟아내는 것이죠. 그보다는 좀 약하지만 고급 몰에 화려한 대형 매장을 내면서 상류층 또는 구매력 있는 특정 소비층의 입소문을 타는 것이 두번째 방법이죠. 사실 위에서 언급한 에뛰드의 약진은 이 두 번 째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샵도 마찬가지고요. 엄청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최고급 몰 좋은 목마다 매장을 열었는데 무려 한국수입제품이라니 구매자들은 스스로 상당한 수준의 품질과 아울러 높은 가격을 스스로 예상하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 세번째는 스타마케팅이에요. TV에 물량을 대거 투하하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동원한 클리어샴푸 정도는 아니라 해도 루바체(Luvaze) 미용실은 친척 중 아그네스 모니카라는 송혜교 수준의 걸출한 엔터테이너를 전면에 내세웠고 다 쓰러져가던 반둥의 포인트컷살롱은 섹스스캔들로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한 록그룹 피터팬의 보컬 아리엘(Ariel)의 헤어를 전담하면서 반둥에서 가장 핫한 미용실로 거듭났습니다.
한국의 화장품들과 미용관련 제품들 외에도 한국의 미용기술 역시 한류열풍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이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무렵부터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로레알(L’Oreal)에서는 헤어용 신제품을 인도네시아 출시할 때마다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미용사를 초빙해 현지에서 시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당시 주로 불려오던 사람들 중엔 라뷰티코어의 김현태원장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타마케팅이죠.
인도네시아의 헤어제품은 로레알이 독주하는 시장입니다. 그 뒤를 멀리서 웰라(Wella)가 뒤따르고, 다시 그 뒤를 마카리조 (Makarizo)가 바짝 따라 붙고 다시 한참 뒤에 떨어져 카두스(Kadus), 큔(Keune), 알파파프(Alphaparf) 같은 브랜드들이 따라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유력한 현지 화장품 브랜드들인 사리아유(Sari Ayu)나 무스띠카 라뚜(Mustika Ratu) 같은 화사들은 천연허브를 원료로 한 페이셜 및 스킨케어 쪽으로 특화되어 있어 헤어제품은 앞서 언급한 해외브랜드들이 독식하는 구도를 보이죠.
이런 해외브랜드들은 해당 브랜드 본사가 현지에 지점을 낸 것이 아니라 현지 업체와 유통계약을 하는 것이어서 로레알 같이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제품 런칭스케줄에 따라 적극적인 마케팅을 기대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어서 한국에서 유명 미용사를 초빙, 시연하기는커녕 로컬 미용사를 데려다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트레스메(Tresemme)라는 브랜드에서 전격적으로 한국인 미용사를 내세운 광고를 전세계에 내겁니다. 지금은 일단 지나가 버려 인니어 광고사진을 다시 찾기 어려워 태국어로 된 광고사진을 게재합니다. 이 사진은 아직도 호치민을 비롯한 동남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 광고가 그렇게 수많은 도시에서 대형옥외광고판에 붙었지만 여기 등장한 한국인 미용사 신동민씨는 얼굴을 알렸지만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신동민씨 측에서부터 나름대로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스스로를 알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러다가 인도네시아 헤어미용제품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2-3년 전의 일입니다. 사실 유명한 미용제품 브랜드 웰라(Wella)가 P&G사에 넘어간 것은 그보다 좀 더 오래 전의 일입니다. P&G는 웰라를 인수한 후에도 전세계의 지점과 에이전트를 순차적으로 정리, 교체하면서 몇 년간에 걸친 전세계 네트워크 정리를 마무리 지었는데 그 과정에서 P&G 본사가 30여년간 웰라만을 독점 마케팅했던 인도네시아의 현지 유통회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PT. Tri Lestari라는 야망덩어리 회사에게 브랜드를 넘기자 기존 유통회사가 여지없이 도산해 버리는 사건이 벌어졌죠. 하지만 PT. Tri Lestari도 그렇게 브랜드를 넘겨받은 지 1년이 좀 넘자 이번엔 자기가 웰라 브랜드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원래 카두스(Kadus) 정도의 브랜드를 대충 수입판매하던 회사로서는 애당초 웰라의 예전 규모를 유지할 능력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마침 그때 수입브랜드와 로컬브랜드의 중간쯤 되는 헤어제품업계 3위 기업 마카리조 역시 주인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카샤 (PT. Akasha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는 원래 네슬레 브랜드의 석수를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네슬레 브랜드에 힘입어 석수사업이 크게 신장하자 그 여세를 몰아 헤어제품회사인 마카리조를 인수했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자 예전 경영진들 중 일부가 규합해 마카리조 본점이 있던 자리에 시네르기아(Synergia)라는 회사를 차리고 마카리조에 전면전을 선포합니다. 시네르기아는 현지에서 빌빌거리던 큔(Kuene) 브랜드까지 인수해 세를 키우는 동안 마카리조는 하향세를 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돈 있는 회사가 이기기 마련입니다. 아카샤는 이번에 주인을 잃고 공중에 뜨게 된 웰라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상황을 급반전 시켰던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헤어제품 시장에서 2위, 3위를 하던 두 브랜드를 동시에 거머쥐면서 아카샤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부동의 2위 자리를 굳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두 개의 별도 회사였던 마카리조와 웰라는 아카샤라는 튼튼한 로컬기업의 각각의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카리조와 웰라 역시 외국인 미용사들을 초빙하여 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지금도 강력하게 불고 있는 한류열풍이 이번에도 크게 작용합니다. 마카리조 측에서는 티모시그룹(Timothy Group)과 함께 2015년 10월에 있을 올해 마지막 미용세미나를 발리 덴빠사르의 풀만호텔(Hotel Pullman)에서 조직하면서 2016년 트랜드 중 하나를 코리언 헤어컷으로 잡고 높은 기술력이 확인된 저명한 한국인 미용사를 초빙해 시연키로 한 것입니다.
7년 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자카르타 남부경찰서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황인초 원장은 끄망호텔과 롯데쇼핑센터 홀에서도 자신의 헤어쇼를 선보였었고 마카리조 이전에도 알파파프(Alphaparf) 브랜드의 현지 지점 워크샵에서 시연회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경력이 마카리조 측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입니다.
한편 10월 15일(목)~17일(토)의 3일간 인도네시아 최대 미용박람회인 코스모뷰티 전시회(Cosmobeaute – 이거 사실은 코스모보떼 정도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가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개최되는데 한국업체들도 여럿 출품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용한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많이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2015.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