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정리해고나 명예퇴직 등 갑작스러운 실직에 맞닥뜨리게 되는 가정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은퇴 후 아내 증후군’을 호소하는 아내들도 늘고 있다. 아내는 남편과의 밀착된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결국 갈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은퇴 후 친구 같은 부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김순자씨(55, 가명)의 남편은 지난해 퇴직했다. 퇴직 후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이 갑갑한지 운동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며 지냈으나, 지난겨울부터는 춥다는 핑계로 집 안에서만 지내더니 이젠 아예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편이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신문이나 TV를 보거나 세끼 식사를 꼬박 챙겨 먹는 일이다.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순자씨의 마음에서는 불이 날 것 같다. 무엇보다 매 끼니마다 식사를 신경 쓰는 것이 귀찮고, 매사 참견하는 남편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팔자에 없는 시집살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그동안 살림에는 관심도 없던 남편이 갑자기 참견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때때로 냄비 뚜껑도 열어보고 냉장고도 뒤져본다. 또 순자씨가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묻기도 한다. 이 같은 시간이 길어지니 특별한 갈등이 없는데도 순자씨는 매사에 화가 나고, 쉽게 짜증이 난다. 남편에게 말이 곱게 나가지 않으니, 작은 일도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은퇴 후 아내 증후군을 호소하는 아내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정리해고나 명예퇴직 등 갑작스럽게 실직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갑자기 해고를 당한 경우에는 경제적인 문제까지 추가되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진다.
은퇴한 남편들, 가사 분담해야 가정문화원 두상달 이사장은 “남편이 은퇴하면 아내들은 갑작스럽게 남편과의 관계가 밀착된다. 그동안 아내는 나름의 네트워킹을 형성했고, 활동이 있었을 것이다. 남편 때문에 개인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에 매여 있게 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는 결국 갈등으로 표출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남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이사장은 “일 중심으로 살던 남편들은 은퇴하면서 관계 중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남편이 TV 앞에 누워서 리모컨만 누르는 예전 버릇은 버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갈등을 푸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바로 가사를 분담하는 것이다. 남편으로 인해 늘어난 아내의 가사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아내들은 은퇴한 남편 때문에 밥하다가 죽는다고 토로합니다. 밥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나갈 수도 없고, 찬밥을 먹일 수도 없어서 갈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남편과 가사 일을 나누어야 합니다. 남편이 점심 저녁을 스스로 챙겨 먹게 하거나, 아내가 밥을 하면 남편이 설거지를 하게 해야 합니다.”
은퇴 후 갈등을 일으키는 부부 이야기를 실감나게 다룬 SBS-TV 드라마 ‘홍 소장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