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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사드림 閑談 2. 아잔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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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9-07 17:11 조회1,5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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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A DREAM 閑談 2
아잔이 울린다
 
“종교란 무엇인가?” 한 철학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소중한 도구다.”,
“종교의 본질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도에 있지 않다. 인간 내면의 종교성에 있다.” 방향 제시도 덧붙인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상식으로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종교의 참 진리가 온 누리에 차고 넘쳐 세상이 평화롭고, 모든 이들의 삶이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축제
아잔이 퍼진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모스크의 신호가 산마을을 덮는다. 해질녘 6시의 울림이니 하루의 네 번째인 솔랏 마그립이다.
무슬림들의 라마단 금식기간 동안 이 아잔은 금식을 해제하는 신호다. 해 뜰 때부터 이 시간까지 금식을 한 그들이 몸살 나게 기다리던 소리다.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이다. 먹는 즐거움을 맘껏 누려볼 그들의 Waktu(시간, 때)다.
 
데사드림의 공사기간이 길어 작년과 올해 라마단 기간과 거듭 겹쳤다.
내가 금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마을에 함께 살다 보니 올해는 좀 더 실감난 라마단 체험이다.
이들은 금식 을 다소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당연하다는 기색이다. 일이 느려지고 더러 꾀를 부리기도 하지만 땡볕 아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일과를 채운다. 안타까운 마음에 음료를 권해본다. 손사래가 돌아온다.
일하는 사람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지렛대를 질러보지만 불가다. 금식을 한다던 사람이 숨어서 몰래 먹다가 들키기도 한다.
아차! 민망한 사람은 나다. 금식을 하지 않는 것을 동료들이 알면 부끄럽단다. 알고 보니 다수가 그저 그런 금식이다.
어쨌든 Palsu(가짜) 무슬림으로 치부되는 것만은 질색이다.
 
이들에게 라마단은 축제다. 평소보다 모스크에서 터져 나오는 기도소리가 크다. 확성기 볼륨을 높였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북장단이 끼어 들린다. 뜬금없다 싶어 소리를 따라가 보니 모스크 복도에 아이들이 둘러 앉아 제법 신명나게 장단을 맞춘다.
 라마단의 절정 이둘휘투리가 가까워질수록 폭죽놀이가 많고 화려하다. 전야제 밤은 아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기도소리, 경 읽는 소리를 그치는가 하면 또 이어졌다. 폭죽쇼는 보기 좋은 것도 잠간이다.
사방에서 밤중도 가리지 않고 새벽도 뚫으니 과한 소음이다. 남의 축제에 초치자는 게 아니다.
그리 밤을 지세는 것은 기실 몽둥이 없는 폭력이다. 너도 나도 질세라 쏘아대는 것도 그렇다. 가난한 산마을로 봐 아무래도 과소비지 싶다.
 
 크기변환_2 어린 강태공들.jpg  크기변환_야자수 나무에 홈을 파내고 거칠게 다듬어진 염소 가죽을 씌워 만든 북을 두들기는 산마을 아이들.jpg

 

금식과 과소비 사이
이슬람력으로 금식기간 한 달, 동트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 한 모금도 먹어서는 안 된다.
오직 밤에만 먹는 금식기간 동안 음식 소비량이 평소보다 증가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가족과 친지, 이웃과 나눔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낮 동안 배고픔으로 시달린 것에 대한 보상심리 또한 왜 없겠는가.
밤 동안은 많이 먹어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니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라마단에 즈음 한국인들의 속 타는 소리도 더러 들린다. 일터의 생산력 저하를 따지는 게 아니다.
훔쳐가는 일이 잦아지고 거짓말이 느는 것, 여기저기서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젠 알만한 일이다.
이 기간 동안 부쩍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상류층이나, 이런 저런 이유로 행동하지 않는 일부 지배층이야 더욱 알바 아니다.
이슬람 대국에 살면서 그 교리나 문화를 몰라서도 아니다. 라마단 기간에 더 몰염치해지고,
죄의식이 더 희박해지는 같아 그 의미가 의문스러운 것이다. 이타 종교에 대한 포폄이 아니다.
이런 저런 피해를 입어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타국에서 더불어 사는 대가로 치부하고 만다.
한국인의 뜨거운 속내를 좀 알아주었으면 싶을 때가 많다. 정이 도타운 한국인의 기질,
‘우리주의’의 장점을 무슬림 대명절 때라도 좀 헤아려주면 참 좋겠다는 것이다.
 
크기변환_3 담장.jpg  크기변환_4 장독대.jpg
 
땅의 주인, 사람의 주인
자기 구원의 본질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기독교 신자는 마음이 평화로울 것이다.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불자는 행복할 것이다. 붓은 붓으로 설 때 행복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는 동학이론을 따라가다 보면 내 꿈이 커지는 것 같아 즐겁다.
 19세기 중엽 혜강 최한기의 기학(氣學)을 심호흡으로 음미하는 이유다. 조선 건국의 중추였던 삼봉 정도전은
 왜 종교에 영향 받지 않는 나라를 세우려했을까? 오직 백성의 마음이 중심인 국가를 세우려는 강한 일념으로 목숨을 앗겨야 했을까?
땅에서는 땅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개벽운동의 이면이다. ‘인간의 주인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작가의 내면은 없고 것만 번지르한 붓질을 해서는 안 될 증거다.
아래로부터 배워 스스로 구원의 문에 도달해야 한다(下學而上達)는 공자의 철학을 다시 우러른다.
정치인들은 늘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다. 종교를 정치의 도구로 쓴 사실은 동서의 역사에 그리 깊게 숨어있지도 않다.
종교집단의 심장부에도 사회집단의 중심부에도 정치가 없지 않다. 천박한 기행이 예술로 도(道)로 포장되는 것도 흔하다.
사용자 스스로가 현명해지는 도리밖에 없다. 어떤 이념에도 엮이지 않는 길은 다름 아닌 개인의 공부와 지혜로 판가름 날 뿐이겠다.
본질이 아니라 제도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는가는 누구나 살피면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잠시 소리가 그쳤다. 산마을을 덮은 어둠이 살갑게 살갗에 붙는다. 낼 아침 꽃 색은 더욱 밝겠다.
열매는 더욱 맛이 깊어지겠다. 나도 따라 알싸해진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또렷해진다.
이국 살이 산마을 서생의 밤은 늘 길고 검다. 생각은 자꾸만 멀리멀리 난다.
 
인재 손인식(서예가, 시인)
 
* 이 글은 한국의 월간 묵가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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