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교황 세월호 유족 손 꼭 잡고 “희생자들 기억하고 있다”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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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ottoms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109.196) 작성일14-08-15 09:41 조회2,9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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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 땅을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 만난 한국인은 우리 사회 주변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이 대부분이었다. 평소 ‘가난한 자들의 벗’을 자처해 온 교황 소신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방한 첫날부터 ‘더 낮은 곳으로’ 임하는 특유의 겸손하고 소탈한 행보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을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교황은 유족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호 기자
이날 오전 10시16분쯤 교황이 탄 알리탈리아전세기(AZ-4000)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돈 전세기는 20여분 뒤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 앞에 멈춰섰다. 문이 열리고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한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이 계단 위로 올라가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몸이 불편한 듯 오른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지만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최우진(초6), 최승원(초2) 남매가 꽃다발을 건네자 교황은 남매를 껴안고 통역을 통해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남매는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환영단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명을 비롯해 새터민,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이주 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모임 해밀 회원, 장애인, 시복대상자 후손, 외국인 선교사, 수도자 대표 등이 포함됐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환영합니다”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소형차(왼쪽)가 교황의 숙소인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을 지나자 천주교 신자들이 일제히 환영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남정탁 기자◆“한국 천주교여,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사목방문의 첫 순서로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주교회의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 7층 소성당으로 올라가 기도했다. 한국 천주교의 최고 어른인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33명의 주교가 한데 모여 교황을 환영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의 자녀다운 마음과 정성을 기쁘게 받아 달라”고 인사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어 연설로 화답했다.
교황은 “복음이 뿌려진 한국 땅이 얼마나 비옥했고 신앙의 선조들이 전해준 유산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는, 오늘날 활기찬 본당 사목구와 교회 단체들의 번창에서, 탄탄한 교리교육 과정에서, 신학교와 가톨릭 대학교에 대한 관심에서 볼 수 있다”며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임무의 두 가지는 기억의 지킴이가 되고 희망의 지킴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의 지킴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고, 특히 난민·이민자들,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과 연대해 한국 교회의 예언자적 증거가 끊임없이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일하느라 수고했다.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대정원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허정호 기자◆”교황은 외국어 능력도 탁월해”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국어인 스페인어는 물론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영어, 심지어 우크라이나어까지 구사할 줄 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가톨릭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이고, 그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행사에서 라틴어를 사용한다. 다만, 교황은 로마교구 주교를 겸하는 만큼 평소 로마시민들을 위한 강론은 이탈리아어로 한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면담은 스페인어, 연설은 영어로 할 예정이다. 교황은 오는 17일 조선 후기 수천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됐던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는데, 이때도 아시아 23개 나라 청년들과 통역 없이 메시지를 전하고자 평소 쓰던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로 강론할 계획이다.
◆시복식에 세월호 유족도 참석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6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14일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전날 세월호 유족 측에서 600명이 시복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이어 “이미 (시복식의) 자리 배치가 끝났지만 신도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조금씩 좁혀서 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직후로 예정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의 면담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허 대변인은 “다만 경호와 보안 관계상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은 일단 전날(15일) 밤에 광장에서 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공동취재단 tols@segye.com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을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교황은 유족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호 기자
◆교황,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다
이날 오전 10시16분쯤 교황이 탄 알리탈리아전세기(AZ-4000)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돈 전세기는 20여분 뒤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 앞에 멈춰섰다. 문이 열리고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한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이 계단 위로 올라가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몸이 불편한 듯 오른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지만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최우진(초6), 최승원(초2) 남매가 꽃다발을 건네자 교황은 남매를 껴안고 통역을 통해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남매는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환영단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명을 비롯해 새터민,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이주 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모임 해밀 회원, 장애인, 시복대상자 후손, 외국인 선교사, 수도자 대표 등이 포함됐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환영합니다”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소형차(왼쪽)가 교황의 숙소인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을 지나자 천주교 신자들이 일제히 환영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남정탁 기자◆“한국 천주교여,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사목방문의 첫 순서로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주교회의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 7층 소성당으로 올라가 기도했다. 한국 천주교의 최고 어른인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33명의 주교가 한데 모여 교황을 환영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의 자녀다운 마음과 정성을 기쁘게 받아 달라”고 인사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어 연설로 화답했다.
교황은 “복음이 뿌려진 한국 땅이 얼마나 비옥했고 신앙의 선조들이 전해준 유산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는, 오늘날 활기찬 본당 사목구와 교회 단체들의 번창에서, 탄탄한 교리교육 과정에서, 신학교와 가톨릭 대학교에 대한 관심에서 볼 수 있다”며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임무의 두 가지는 기억의 지킴이가 되고 희망의 지킴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의 지킴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고, 특히 난민·이민자들,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과 연대해 한국 교회의 예언자적 증거가 끊임없이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일하느라 수고했다.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대정원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허정호 기자◆”교황은 외국어 능력도 탁월해”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국어인 스페인어는 물론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영어, 심지어 우크라이나어까지 구사할 줄 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가톨릭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이고, 그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행사에서 라틴어를 사용한다. 다만, 교황은 로마교구 주교를 겸하는 만큼 평소 로마시민들을 위한 강론은 이탈리아어로 한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면담은 스페인어, 연설은 영어로 할 예정이다. 교황은 오는 17일 조선 후기 수천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됐던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는데, 이때도 아시아 23개 나라 청년들과 통역 없이 메시지를 전하고자 평소 쓰던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로 강론할 계획이다.
◆시복식에 세월호 유족도 참석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6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14일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전날 세월호 유족 측에서 600명이 시복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이어 “이미 (시복식의) 자리 배치가 끝났지만 신도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조금씩 좁혀서 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직후로 예정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의 면담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허 대변인은 “다만 경호와 보안 관계상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은 일단 전날(15일) 밤에 광장에서 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공동취재단 tols@segye.com
2014081400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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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19:52:49
2014-08-15 11: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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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손 꼭 잡고 “희생자들 기억하고 있다”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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