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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서울 동교동 '어쩌다 가게'의 이색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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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116.189) 작성일14-05-10 20:50 조회7,5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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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서울 홍대 앞,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적잖다. 아기자기한 카페를 비롯해 독특한 가게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커다란 간판을 내건 주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풍경을 안타까워하는 얘기다.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왜 작은 가게들이 조용히 그곳을 떠나야 했는지…. 임대료 부담 때문이다. 떠난 이들의 사연은 둘 중 하나다. 월세가 더 싼 곳을 찾아 새로운 골목을 파고들거나 아니면 잠시 펼쳤던 꿈을 접어버리거나.

 ◆‘어쩌다 가게’의 파격=요즘 서울 동교동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인근의 가게 하나가 화제다. 낡은 2층 단독주택을 새로 고친, 이름도 수상쩍은 ‘어쩌다 가게’다. 연남동·동교동은 새로운 가게들이 하나둘씩 자리잡으며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곳이다.

 주택을 식당이나 카페로 고쳐 쓰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 가게’는 좀 다르다. 마당이 있는 이 2층집에 옹기종기 둥지를 튼 가게가 모두 8개 나 된다.

 서점 주인이 입맛대로 고른 책만 파는 서점 ‘별책부록’, 손님 한 명에게 딱 3잔까지만 판다는 원칙을 세운 싱글몰트 위스키 바 ‘엔젤스 쉐어’, 1인 미용실 ‘바이 더 컷’ 등이 둥지를 틀었다.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센스 터지는 곳’ ‘감동의 라인업’이라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어쩌다 가게’에는 이름과 전혀 다른 반전이 숨어 있다. 가게 8곳이 ‘그냥 어쩌다’ 모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임대료 걱정 없이 해보고 싶은 일을 맘껏 해보면 얼마면 좋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대안 공간이다. 여기에 5년 임대 보장이라는 솔깃한 조건을 결합한 실험공간이다.

 ◆‘따로 또 같이’ 가게=건축가 이진오·박인영·김성준씨와 사이(SAAI)건축을 이끌고 있는 임태병씨는 2001년부터 홍대 지역에서 카페 ‘비하인드(b-hind)’를 공동 운영하며 주변의 나름 괜찮던 가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숱하게 지켜봤다. 

 “아이디어와 재능을 밑천으로 기껏 터를 잡았다가도 2년 뒤 임대 재계약 시점이 되면 상황이 달라지기 일쑤였죠. 그들의 아까운 꿈을 여럿이 함께 나눌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들의 구상은 2012년 두 전시를 계기로 한 걸음 더 발전했다. 사이건축이 참여한 ‘한일 현대건축 교류전: 같은 집 다른 집’에서 본 ‘쉐어드 하우스 프로젝트’(나루세+이노쿠마 건축)와 건국대 산업디자인 전공 졸업전시작 ‘어쩌다 가족’(김자현+이영지)이다.

 “두 전시 모두 입주자들이 방은 따로 쓰되 거실·주방·식당·화장실 등 공간을 공유하며 전체적인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죠. 주거뿐만 아니라 가게나 사무실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고요.” 임씨의 설명이다.

  공상과도 같았던 아이디어는 점차 구체화됐다. 마당과 공용공간(라운지)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각자 일을 하는, 그러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임씨는 “건축이 꼭 건물, 즉 물리적 플랫폼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콘텐트까지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수익을 생각하는 건물’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는 건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을 추진하기 위해 ‘공무점’이라는 회사도 따로 꾸렸다. 지난해 여름 2층 주택을 5년 월세로 빌리고, 리노베이션 설계를 하며 가게에 참여할 멤버들을 모았다. 8개 가게의 월세는 60만~110만원 선에서 책정했다.

 ◆사연 없는 가게는 없다=‘어쩌다 가게’는 홍대 앞 거리의 압축파일 같은 구성이다. 1층엔 서점, 수제화 전문점, 위스키 바, 조각 케이크 집이 자리잡았다. 2층엔 1인 미용실, 초콜릿 공방, 실크스크린 공방, 꽃과 수공예를 다루는 손작업 공방이 있다.

 알음알음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사연도 남다르다. 파이와 케이크를 만드는 김이연(피스 피스 대표)씨는 예전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가게를 접게 됐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공무점 합류 제안을 받고 이곳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김씨는 “전에 월세를 재계약하려니 240만원으로 올랐다. 권리금도 못 받고 나왔는데 이곳의 임대료는 전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 금액으로 이 주변에서 가게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5년 동안 이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건 행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쩌다 가게’는 주머니는 가볍지만 나만의 일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한의대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위스키 바를 연 이정주씨도 그런 경우다. 누구라도 퇴근길에 들러 부담 없는 가격에 위스키를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그려왔다는 그는 “그간 꿈꿔오던 것을 이곳에 다 담을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규모는 작지만 ‘착한’ 가격으로 웬만한 위스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가게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깃든 서점 ‘별책부록’(공동대표 임윤정·차승현)도 마찬가지다. 『카페 도쿄』 의 저자이자 『비밀기지 만들기』의 번역자인 임윤정씨가 처음으로 책방 주인이 됐다. 참고서만 가득한 일반서점과 다르게 임씨가 좋아하는 작가 로맹 가리의 책을 비롯해 그래픽 잡지, 동네 아티스트의 일러스트 작품집 등을 주로 모았다.

 이나영씨는 취미 삼아 만든 가방이 입소문 나면서 아예 전업작가로 나선 경우다. 그는 이곳에 자신의 첫 실크스크린 공방 ‘에토프’를 열었다. 1인 미용실, 초콜릿 공방, 맞춤 디자인 구두를 판매하는 아베크도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호응은 컸다. ‘어쩌다 가게’가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가게 주인들이 당황했을 정도다. 건축가 임태병씨는 “입주자가 모두 결정됐는데도 뒤늦게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들어가겠다’고 나선 이가 많았다. 이런 공간에 대한 수요가 기대 이상인 것 같다”며 “이 실험이 작은 가게가 좀 더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데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실험은 계속된다. 다음 프로젝트는 ‘어쩌다 집’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할 건축가 이진오씨는 “ 원룸과 셰어하우스, 그리고 가족이 거주하는 세대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한 건물에 모여 마당과 식당을 공유하는 방식을 실험할 것”이라며 “모이고 공유하면 삶은 더 재미있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졌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진설명 따로, 또 같이’. 개성과 공유의 가치가 새롭게 뜨고 있다. 작은 가게 8곳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어쩌다 가게’는 가게들끼리 서로 돕는 협력 시스템을 실험 중이다. 두 번째 사진부터 서점·케이크 가게·실크스크린 공방·수제화 전문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위스키바서 초콜릿도 팔아 …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협업

‘어쩌다 가게’는 8개의 가게와 이들이 공유하는 카페 ‘어쩌다 라운지’를 포함해 철저한 협업체제로 돌아간다. 조각 케이크를 만드는 ‘피스 피스’는 주방과 판매대만 갖추고 있다. 대신 라운지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은 이곳에서 만든 케이크를 사다 먹을 수 있다. 가게는 작아도 쉴 틈 없이 케이크를 만들어야 할 정도다.

 초콜릿 공방 ‘비터스위트나인’에서 만들어진 초콜릿, 실크스크린 공방 ‘에토프’에서 만들어진 가방은 라운지에서 판매한다. 초콜릿은 싱글몰트 위스키 바에서도 소비한다. ‘위스키와 초콜릿의 궁합이 환상적’이라는 게 엔젤스 쉐어 이정주씨의 설명이다. 밤 11시 라운지가 문을 닫으면 테이블을 갖춘 마당은 위스키 바 손님들 차지가 된다.

 협업은 입주자들끼리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라운지의 커피는 영화 ‘안녕?! 오케스트라’를 연출한 이철하 감독이 운영하는 여의도 빵집 ‘브레드 피트’에서, 차(茶)는 서울 옥인동 ‘사루비아 다방’에서 납품한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실험이다.

이은주.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권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hotgun0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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