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860)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감동 |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데미그라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254.42) 작성일09-02-10 12:28 조회4,843회 댓글3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indoweb.org/love/bbs/tb.php/memo/29530

본문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상업적인것만 추구하는 작금의 한국 연예계에서
남을 너무 배려하고, 남의 말을 너무 경청하고,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김제동의 스타일은  
현재의 연예계에서는 맞지 않는다하여 많은 프로그램에서 짤렸다고 하는데...
그래도 전 아직까지 김제동의 마음을 울리는 말과 글이 좋습니다..
비록 방송에서는 못보지만, 간간히 그에게서 나오는 좋은 글들은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아래글은 산에 관해 김제동이 쓴 글인데, 편안하게 읽어보세요..

자카르타에는 근처 편안하게 오를만한 산이 없다는게 답답합니다..
삶에 지칠때면 가끔 산을 오르며, 나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주위를 돌아볼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도 하고,
가끔 흐트러져있는 제 자신을 채찍질 하기도 하고,
마음을 정리하고도 하며, 또 뭔가 새롭게 시작할때 용기를 얻기도 하는 곳이거든요..

=======================================================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 예전 같으면 산을 타는 중이라고 했겠지만 이제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한 형님이 그러셨거든요. 산이 너보다 나이가 얼마나 많은데 감히 탄다는 말을 하느냐고. 할머니의 등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등에 업히는 것이듯 산도 그러는 거라고요.
그 말을 떠올리며 입구부터 한 걸음씩 내디뎌 봅니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출발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이 차가운 아침에도 산을 찾은 사람은 꽤 많습니다. 부스럭부스럭 등산복 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습니다. 앞을 올려다보니 빨간색 등산복이 점점이 꾸물거리며 올라가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가끔 저를 알아보시는 분이 있어 악수를 청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속도를 늦추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급할 것은 더더욱 없지요. 산은 언제나 등을 내주며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니까요.

사람을 보고 나무를 보고 나무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습니다. 걷다 보면 수없이 많은 잡념이 떠올랐다가 또 한참을 걷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며 머리가 텅 비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올랐을까, 정상에 어느 정도 가까웠는지 늘 그렇듯 간간이 주저앉아 쉬는 사람이 보입니다. 물을 마시기도 하고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기도 하는 얼굴이 매우 지쳐 보이기보다는 한편 밝아 보여 다행스럽습니다.

한 번쯤 여유롭게 쉬어 가는 일은 원래는 참 좋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는 길 끝을 향해 달리기만 하느라 한 번 쉬어 가도 좋을 길을 죽을 듯이 달리지요. 끝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느라 가는 길에 있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때가 많고요.

정상 향한 달리기는 이제 그만

정상을 향해 허덕이느라 이 많은 나무와 신선한 공기를 외면한다면 등산이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가족과는 멀어졌던 우리 아버지들처럼, 그런 슬픈 달리기를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산에서 내려오는 길. 모든 일이 그렇지만 등산에서도 빨리 오르기보다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오는 일이 더 중요함을 알기에 굳이 한 번 나무에 기대어 쉬어 줍니다. 잠시 내 몸을 기대게 해준 것이 고마워 비탈에 서 있는 나무를 슬그머니 안아도 봅니다. 아침 해의 기운이 묻어서인지 앙상해 보였던 나무에서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나무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무를 실제로 안아보는 일은 처음입니다. 살아 있는 나무가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다가가 안아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거지요. 나무는 자기가 움직여 다가올 수 없으니까요.
산에서는 이렇게 작은 것으로부터 많은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그 비탈에 서 있을 나무와 헤어져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것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처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것, 몸이 불편해서, 수줍어서, 잘못한 것이 있어서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몇몇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가끔 35년이나 잘 살아온 이 세상이 온통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만 이상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지요. 어느 시인은 사람 사이에 섬이 있고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바다보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익숙한 저에겐 사람이 작은 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서로 이어져 있지 않은 채 드문드문 세상에 박혀 있는 점 말입니다.

내가 어젯밤 어떤 시를 읽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술도 안 마셨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작년에 얼마를 벌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솔직하다고 하지요.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 남자가 목표도 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몇 살까지 몇억 원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하지요.

세상을 향해 손 내밀 용기 생겨

시보다 돈을 이야기하라고 강요하는, 꿈보다 욕심을, 하늘의 별보다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좋아하는 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면 저는 종종 산의 등에 업히러 갑니다. 산에 업히고 산에서 생각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이 좋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기에는 너무 사소하지만 많은 생각과 많은 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다시 세상을 향해 친하게 손 내밀 용기가 생깁니다. 점처럼 서로 떨어져 사는 사람 사이를 선으로 잇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산꼭대기라는 점 하나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르고 내리는 선을 타고 걷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 김제동 방송인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청아님의 댓글

청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21.♡.48.181 작성일

저도 내일부터 거의 일주일 내내 매일 산에 오릅니다...
물욕으로 비롯된 몸의 병을 산의 에너지를 통해 고치러...
저도 산에 오르면서 엄마와 많은 대화를 해야겠습니다...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43건 88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807 일상 방통대의 위엄 ㄷㄷㄷ 댓글3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05 7952
3806 일상 김정은 약빨음~!!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09 4000
3805 일상 한식당 음식 가격 비판에 대해서... 댓글4 dodonbl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24 5256
3804 일상 K항공사와 A항공사-지난 10여년, K항공사의 횡포를 잊지맙시다. 제… 댓글8 saeggam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05 7224
3803 일상 인도네시아 음주금지 법안 제출 댓글8 리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14 10511
3802 일상 놀라운 생활상식 TIP! 댓글6 마니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21 6781
3801 일상 실망...Qoo10 댓글6 Loe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06 6161
3800 일상 영업이란 무엇이죠???? 댓글6 사랑777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12 5845
3799 일상 저작권 걱정 없는 음원 웹사이트 9곳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30 5172
3798 일상 9 세 소녀의 "O mio babbino caro"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10 4188
3797 일상 풍선을 이용한 쵸콜리트 보올 만드는법 댓글2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19 5327
3796 일상 우리의 전설 차붐 댓글1 쭈니445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28 3951
3795 일상 한국 조지메이슨대학교 - 송도 글로벌 캠퍼스 2014학년도 가을학기 schoolappl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06 6754
3794 일상 영화 추천 (Need to Speed). 댓글1 SHKon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14 4544
3793 일상 자카르타,반둥 1박2일 여행하려고합니다. 댓글1 싱가인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23 6002
3792 일상 먹거리로 풀어가는 문화이야기 - 해삼 댓글5 Jawafro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30 6157
3791 일상 Lion Air Line 국제선 인터넷 구입 문제 댓글9 Health앤Beau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10 8055
3790 일상 고양이를 키우기 전 고려할 점 고양이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22 4993
3789 일상 2004년7월2일...그 날.... 그리고 현재 댓글10 코막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05 5366
3788 일상 환율이 자꾸 오르네요 댓글4 김태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13 6281
3787 일상 문제 맞춰보세요 ㅋㅋ 댓글4 1500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10 6644
3786 일상 북한 축구 용어 댓글2 1500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19 6024
3785 일상 월드컵 ㅠㅠ 댓글1 셀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30 4307
3784 일상 아파트 관리비 유용... 댓글8 짜리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22 8027
3783 일상 물에 빠진 휴대전화, 전기밥솥으로 살릴 수 있다! 댓글2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08 6233
3782 일상 실로암병원 댓글3 먹충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26 8579
3781 일상 환전 prettygi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03 4777
3780 일상 흔한 고양이의 점프력 ㅎㄷㄷㄷ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19 7299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