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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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인도네시아 생활 중 가장 늦게서야  적응되고 무던하게 받아들여진 것이 어처구니 없고 괜히 울화통 터지게 하는 기다림이었다.

즉 이 나라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Santai 라는 말 말이다..

유구한 세월 동안 세포 하나하나에 박혀버린 민족성에(?) 부응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걷기 시작한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휙휙 넘어가는 인터넷 속도며 골목골목 마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운송수단들이며 뭐든지 빨리빨리가 생활의 기본이 되는 나라에서 뼈마디가 굵은 나로서는 인도네시아의 인터넷사용의 답답함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매일매일 순간순간 부딪치는 이 나라사람들의 뜨뜻미지근하고 여유롭다 못해 게으르기까지한 생활 방식 때문에 머리카락의 3분지 1을 너무도 허무하게 빼앗겨 버렸다..^^

이 점은 한국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나라에서 어언 3년이 넘는 세월을 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이즘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의 굳은 살이 박힌, 조금은 여유로워진 나를 발견하고 새삼 놀라곤한다.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화를 내봐야 나만 손해니 나도 그럭저럭 늦게 나가면 되고

상대방이 그나마 조금 빨리 나왔으면 나도 씩 읏으면서 능청스레 넘어가면 뭐라고 할 눔 없고, 뭐 시킬 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일을 시키면 원했던 시간에 일을 끝낼 수 있으니 이 또한 문제될 것 없고

큰 맘 먹고 과일을 사와 냉장고에 채워놨다가 다음 날 먹으려고 했을 때 내 맘만큼이나 텅비어버린 냉장고를 보며 화내기 보다는 “ 너 일이 힘든가부다 점심전에 일끝내고 집에 갔다가 점심 먹고 와서 마무리 일 끝내라” 하면  지가 알아서 조심을 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이 내일로 미루어지고 다음주로 미루어진들 언젠간 되겠지 하며 담배 한 개피 폐속 깊이 빨아 들이키면 그만이니 이젠 이들의 여유로움을 넘은 기상천외한 사고를 내 방식대로 넘나들며 살기에 그리 불편한 것도 없다..

뭐~~~~ 흔한말로 외롭다…고즈넉하다….고독하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정 마음이 싱숭생숭하면 이들이 만든 것 중 그나마 쓸모 있는 만 루피아짜리 짭띠꾸스(토속주) 한병 사다가(그것도 이젠 퀄리티를 알아서 같은 값이면 좀 좋은 것으로 ^^**) 땅콩한봉 뜯어놓고 할일 없는 그래도 얘기가 좀 통하는 현지 친구들(공무원이 제일많음…하하.) 불러놓고 쓸데없는 농 짓거리며 밤을 지새우다 눈꺼풀 무거워지면 침대에 머리박고 잠들면 그만이니 그리 적적하지도 않다…

그런가보다…산다는 건

내가 원하는 대로 모두가 바뀌기를 탐욕스럽게 추구하기 보다

흘러가는 생활에 동화 되다보면 어디에 있든 일상을 꾸미고 살아가게 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