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 [펌] "아내의 유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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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곰곰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208.164) 작성일09-12-14 08:46 조회4,348회 댓글0건본문
【광주=뉴시스】안현주 기자 = "우리 먼 훗날 천국의 한복판에서 셋이 만나자" 반평생 아픈 아내를 돌봐온 50대 구두닦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인 1명에 손님 1명. 손바닥만한 구둣방은 이미 만원이다.
31년째 광주 서구청에서 구두를 닦고 있는 이정훈씨(58).
억척 애처가로 유명했던 이씨는 지난 5월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등진 아내의 마지막 유언을 구둣방 창틀에 적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고 있었다.
지난 1977년 4월에 시작된 이씨의 결혼생활은 곧, 33년간 이어진 아내 간병일기의 첫 페이지나 다름없었다.
아버지가 잘못선 빚 보증 때문에 중학교에도 진학하기 어려웠던 이씨는 집을 뛰쳐나와 범죄의 유혹에 빠졌고, 몇 번의 수감생활 거쳐 새 삶을 찾기 위해 입소한 광주시립 갱생원에서 아내 최정숙씨(1950~2009년)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당시 아내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두 동생을 맡아 기르던 중 남동생 (최정호씨·50)이 자신의 꾸중을 듣고 집을 나갔다는 충격에 정신질환을 얻어 갱생원에서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과자'란 낙인이 찍힌 이씨는 주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당신의 병을 낳게 해주고, 동생도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결혼에 골인했다.
변변한 기술도 없던 이씨는 자신의 힘으로 아내를 보살피겠다는 일념 하나로 구두닦이 일을 시작했고, 번쩍번쩍 광이 나는 구두를 바라보면서 참회의 시간을 보냈다.
결혼과 동시에 아들(31)까지 낳아 잠시 행복이 찾아온 듯 했지만, 아내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면서 간병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하루에도 집과 일터는 몇 번씩 번갈아 가며 열심히 일하고도 한 달에 1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아내의 약값을 마련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일하는 것조차 행복으로 여기던 그에게 좁은 일터는 숨막히는 곳이 아니라 참회의 공간이며 희망의 터전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넘겨 이제 겨우 먹고 살만해졌지만, 시련의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
하루에도 독한 알약을 수십 알 씩 먹어야 했던 아내의 간이 견디지 못하고 약물중독에 걸려 간암으로 발전한 것이다.
결국, 지난 5월8일 아내는 "천국의 한복판에서 셋이 만나자"는 짧은 유언을 남기고 이씨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30년간 보살피고도, 약속하나 지키지 못하고 힘없이 아내를 떠나 보내야 했던 순간이었다.
그는 최근 죄책감에 우울증세까지 찾아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남은 약속은 하나.
'동생을 찾아주겠다'는 약속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는 그는 얼마 전부터 마음을 추스리고, 광주지역 고아원을 돌며 처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이씨는 "아내가 동생에 대한 자책감으로 얼마나 힘 들었는지를 처남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며 "평생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생사라도 확인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안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