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용서의 힘'과 사회통합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988)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용서의 힘'과 사회통합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07.45) 작성일13-12-12 22:27 조회3,602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44975

본문


그는 27년간 1만 여 일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한 번도 복수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잔인하고 악독한 백인우위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종식시키고 남아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유의 상징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결코 영웅 행세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목요일 95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넬슨 만델라이다.

간디처럼 평생 동안 평화와 화해를 위해 힘썼던 이 시대의 거물인 만델라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역사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개 시대와 장소를 넘어 우리의 가슴 속에 무엇인가를 남기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의 유산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유독 한 문장이 머리를 맴돈다. "증오를 느끼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만델라가 1990년 2월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한 말이다. 그가 삶의 좌우명처럼 생각한 이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인생의 대부분을 부당하게 감옥에 감금되었으면서도 증오와 복수의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분노를 느낀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아도 화가 나고, 나온 국에 건더기보다는 기름만 둥둥 뜬다고 분노한다. 김수영 시인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저 왕궁 대신에 왕국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탕에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는" 사람을 많이 닮았다.

 
하물며, 손발이 묶이고 자유를 박탈당했다면 어떻겠는가.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분노를 느꼈을 것 같다. 감옥의 창살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치면 자유와 생명을 느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분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의와 폭압의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나가 권력을 잡으면 나를 괴롭힌 것만큼, 아니 몇 백 배로 되갚아 주겠다는 복수심을 키우지 않았을까.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행위의 수순이다.
 

그러나 만델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증오 대신 화해를 선택했고, 복수 대신 용서를 실천했다. 그의 정책이 남아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흑과 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남아공은 과거를 용서하고, 미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서를 할 때에만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만델라가 우리에게 남겨놓은 지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만델라가 타계한 이 시점에서 한 번 그 반대를 상상해본다. 용서의 정반대는 보복이다. 보복은 항상 폭력에 대항하는 반동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한다. 문제는 한 번의 보복 행위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복은 항상 다른 보복으로 이어져,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연쇄반응 속에선 누가 옳은지 누가 잘못하였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보복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결코 끝나지 않는 잔인한 연쇄 운동 속에 가둔다. 
 

우리도 지금 이런 정치적 보복의 연쇄반응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면 누가 누구를 칠지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예측한다. 권력을 잡은 자는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쓰지만, 권력을 잃게 되면 복수의 칼을 갈았던 사람들에게 똑같은 꼴을 당한다. 우리가 평화롭게 공존하고자 한다면, 분노의 감정이 가슴속에 쌓여 원한과 복수의 응어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델라도 "모욕을 당한 자만큼 위험한 사람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정한 사회통합을 원한다면 분노의 응어리를 풀어 보복의 연쇄작용을 끊어낼 수 있는 용서의 미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미덕만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아, 사회통합을 말로만 외치는 대한민국에 넬슨 만델라의 실천은 정녕 요원한 것인가.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38건 70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306 감동 우리는 연애중...^^ 댓글1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02 5059
4305 감동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댓글2 Att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0-29 4702
4304 감동 감동의글(펌):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댓글3 그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3-13 4183
4303 감동 갈매기의 꿈 댓글5 ㅇrㄸ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5-08 5136
4302 감동 배추를 반으로질라 소금뿌려놓아라 시켜놨드니..... 댓글5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6-08 4569
4301 감동 김용림의 민요 한마당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7-03 6764
4300 감동 여자들은 모르지,,, 댓글4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8-17 5813
4299 감동 九月의 길목에서 댓글3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9-23 3917
4298 감동 아 이런 시련만은 댓글9 trustsind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2-08 6016
4297 감동 솔로몬의 심판(필립) 댓글14 필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2-28 5376
4296 감동 웃어 넘기는 인물탐구..1 댓글7 필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28 5159
4295 감동 아내의사랑 댓글1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2-18 4871
4294 감동 알아두면 좋은 것들~!! 댓글2 누리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19 4484
4293 감동 경상도아가씨 댓글3 올인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4-28 4784
4292 감동 당신은... 댓글2 S빠나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01 4669
4291 감동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 댓글4 유심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18 5786
4290 감동 허황된 필리핀 드림을 꿈꾸시나여? 댓글11 킹왕짱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07 5784
4289 감동 네잎 크로바의 의미 댓글6 카타리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26 7014
4288 감동 더우시죠? 시원한 계곡에 오세요 ^^* 댓글13 카타리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09 7861
4287 감동 견디기 어려워! 댓글4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9-05 8684
4286 감동 싸우듯 살아가는 당신에게 goodneighbo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03 5865
4285 감동 무서운 사람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03 6167
4284 감동 인도웹 회원님들... 댓글11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30 6917
4283 감동 9가지 마시요 댓글13 MARIJ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21 5968
4282 감동 그런 사이가 되고 싶습니다 댓글1 잔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03 4666
4281 감동 오빠가 최고!!! 댓글2 잔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07 4582
4280 감동 빡센 고사성어 댓글1 잔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22 5662
4279 감동 여긴 대구입니다.. 댓글3 상산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8-20 5150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