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중년 남성의 냄새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973)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중년 남성의 냄새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123.9) 작성일13-09-14 09:20 조회6,999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32841

본문


관계가 꼭 위기에 처하지 않아도 중년 부부가 한 이불을 쓰지 않거나 각방살이를 하는 경우는 꽤 많은 듯하다. 대체로 여성 쪽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것 같다. 이때 상당수의 남성이 여성의 욕망이나 사랑이 약화된 탓이라고 받아들인다. 다소 민망함을 무릅쓰고 여성들 쪽의 진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아내는 남편의 냄새 때문에 동침을 거부하는 것이다. 술냄새, 담배냄새, 생리현상의 냄새까지(코 고는 소리는 양념이다), 중년의 남편은 아내에게 성과 사랑의 정신분석학적 차원보다는 단순한 생화학적 두통거리로서 함께 자기 어려운 존재다.

고깃집에서 나올 때 냄새제거제를 잘 뿌리고 잘 씻고 특히 양치질을 꼭 잘하시라고 권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중년 남성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이 생화학적 문제의 진실을 결코 발견하기 어렵다. 중년 남성이 늦은 밤 아내 옆에서 풍기는 이 혐오스러운 냄새의 사회학적 실체란, 그가 참전한 또 하루의 전쟁터에서 묻혀온 화약과 총상의 냄새이며, 그 상처를 응급처치하기 위해 들이켠 ‘소독용’ 알코올의 냄새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가 동침을 회피하며 내세우는 성적 욕망의 감퇴는 사실 연기에 가깝다. 그녀는 냄새 때문이라는 즉물적 진실을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것은 전장에서 잠시 귀환한 부상병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을 그녀 자신이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 정당의 후보가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역대급 구호로 받아들여졌다. 당이나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이 평범한 세 어휘는 한국인들의 심장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 현대 한국인들에게,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 개인적 행복과 가족의 행복, 사회적 성공은 대체로 대립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해야만 가족도 행복할 수 있지만 대개 현실에서 사회적 성공이란 중년 남성의 육신과 정신이 민망한 냄새로 황폐해진 대가로 획득한 전리품에 가깝다. 문제는 개체로서의 어느 가족도 이 중년 남성만 쏙 빼놓고서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이라는 껍데기를 제외하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남성의 생애주기에서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사회적으로 황금기에 해당한다. 사회적 활동 범위가 가장 넓어지고 지위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계급·계층이라는 잣대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들은 분명히 우리 사회의 갑 중 갑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 층을 형성하는 남성들 대다수가 이른바 ‘386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젊어서 민주주의라는 이상에 헌신했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보상과 위신을 획득했다. 게다가 한국 영화 ‘1천만 관객’ 시대를 연 주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문화적 감수성도 갖추었다. 아마 이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정치·사회·문화적 자원을 갖추었을 것이다. 바로 이들이 냄새를 풍기는 중년 남성이다. 이 세대가 지금 이 냄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더 요원해질지 모른다.

사실 냄새를 풍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살아온 이력에 걸맞은 냄새를 풍긴다. 그러니까 마흔 살 이후에는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이, 중년을 넘어서면 냄새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중요한 점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중년 남성들의 냄새 문제 해결은 그들 각자가 해결해야 할 사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해 책임져야할 공적 영역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때 중년 남성의 냄새는 더 이상 악취가 아니라 살아온 삶을 올곧이 드러내는 삶의 체취로서 온당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43건 70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311 유머 여자친구가 너무 밝혀요....... ㅠ ㅠ 댓글2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08 8383
4310 일상 식당에서 에피소드 댓글2 크리스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8-05 6084
4309 유머 네이버 지식인의 중3수준 댓글3 아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17 4140
4308 기타 좋아요1 취업도 안 된 상태에서 당장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것은 역시 미친짓일까… 댓글34 distantlov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3-20 9816
4307 일상 [유머] 내기 골프 댓글3 코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9-11 6551
4306 유머 퍼즐 맞추기 게임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27 2695
4305 일상 미쳐가고 있는 환율.. 댓글1 찬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0-09 6284
4304 유머 여자친구의 거친 숨소리에 자꾸;;; 생리 현상이 발생합니다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21 6085
4303 일상 MB-강만수, 100% 알고 보니 '찰떡궁합'…'한글이름 궁합점' 정… 댓글4 창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0-31 7910
4302 유머 웃긴이야기 에이츠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27 2663
4301 일상 쎄라젬이 들어왔네요.. 댓글6 한겨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1-21 9981
4300 유머 남자라면 한번 빤 담배는, 다시는 빨지 않는다.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24 3397
4299 일상 인도네시아미디어에 실린 한국식당에 대한 글 댓글4 한겨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2-12 7114
4298 유머 인기많은 남자의 눈물나는 최후 댓글2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04 3751
4297 일상 잘들 주무셨나요? 운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1-19 5197
4296 유머 부부 싸움 MARIJ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29 2961
4295 일상 잔잔한 감동 댓글4 주주르아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1-28 4702
4294 유머 매운 치킨을 먹다가, 봉변을 당했다.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09 3193
4293 일상 10번 모두 차이는 남자들의 공통점 댓글2 여기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2-21 5021
4292 유머 게으른 아내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31 4221
4291 일상 한국으로 돈 보낼땐...? 댓글2 물렁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3-07 6399
4290 유머 당구의 5대 정신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30 3553
4289 일상 축하해요 깜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3-31 4625
4288 유머 類類相從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05 2789
4287 일상 세계의 무지개 한겨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4-28 5479
4286 유머 빵터지는 이름들 ㅎㅎ 댓글2 박세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03 3315
4285 일상 소액송금 때문에...그냥 투덜투덜 되봅니다. 댓글7 태권V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5-12 7448
4284 유머 ㅋㅋㅋ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26 4184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