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다녀와서-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지난 토요일에 밀라노 중앙역에서 밤 기차를 타고 로마로 향했다.

늦은밤 비좁은 침대칸에 누워 잠들어 있는 동안 열차는 어두운 이태리 반도의 들판과 도시를 달려 일요일 아침 무렵 로마의 테르미니 역에 도착 했고.

아아, 우연히 온 밤을 함께 지새운 여행객인 루이지아나 출신이며 하이델베르크에서 간호사일을 한다는 그리고 7살 난 딸을 만나러 간다던 미혼의 흑인 여성이여, 로마에 이르러 나폴리까지 가는 그녀와 그만 별수 없이 작별을 해야 했지만 헤어질때 악수를 나누던 너무도 따스하던 잊을 수 없는 그 손길이라니.

내가 처음 입성한 로마는 여전 한 것이었다.

푸른 가을 하늘아래 펼쳐진 그 모습이.

아아, 그만 허망하게 지나가 버린 아스라한 옛 영화여, 역사여 또 세월이여.

세월의 무상함과 미망 속에서도 뭇 나그네들이, 여행객들이 로마를 찿아 꾸역꾸역 몰려 와선 탄성을 발하며 콜로세움으로, 베네치아광장으로,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 등등 여기저기로 몰려들 다니고.

바티칸에 가 여행객, 나그네 틈에 섞여 한참을 줄서기 하다 들어간 미술관 그 안에는 글로 말로 형언키 어려운 너무나 많은 미술품과 성화, 유물들이 있어 나를 그만 압도 시키는 것이었다.

그 높은 돔이나 회랑의 천정에  또 벽에 성스런 그림을 그리느라 온 열정을 다했을 라파엘로여,레오나르드 다빈치여 그리고 티치아노여.

최후의 심판을 남긴 미켈란 젤로여.

바티칸 미술관을 나와 성 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에 들어서서 바라다 본 성당의 그 성스러운 느낌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아, 오랜 역사를 지닌채 우뚝 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오벨리스크여.

다만 부족한 로마역사, 문화에 대한 지식으로 아쉬움과 왠지 모를 안타까움으로 가슴 한켠이 답답해 지는 것이었다.

늦은 오후 열차에 올라 짧기만한 여정의 아쉬움과 허망한 과거의 영화와 현대가 어울어진 기묘한 모습을 잠깐 스쳐지나 봤지만 여하튼 지울 수 없는 깊은 인상을 지닌 채 가을의 푸른 들판과 낯선 이방의 도시를 스쳐지나가는 차창 밖의 풍경을 달리는 열차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다 보며 밀라노로 향했다.

열차가 밀라노를 향해 달리는 동안 어느새 차창 밖으로는 짧은 석양이 지나고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아아, 나는 이제 또 어디를 향해 떠나야만 하는 것일까.

(2007년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