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책으로 역사읽기]피를 토하듯 세상을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 다산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119)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책으로 역사읽기]피를 토하듯 세상을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 다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30.232) 작성일13-10-13 17:23 조회4,944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37179

본문


▲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노만수 엮어옮김, 앨피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입력 : 2013-10-11 20:06:36수정 : 2013-10-11 22:50:01
 
“내가 이것 때문에 곤액을 치르는구나!”(‘애절양·哀絶陽’)1803년 전남 강진의 백성이 스스로 남근을 잘라버렸다. 그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들고 관아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대체 무슨 사정이었을까. 부부는 사흘 전 아이를 낳았다. 마을 이장은 기다렸다는 듯 핏덩이를 군적에 편입하고는 부부의 소(牛)를 토색질해갔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남근을 잘못 놀린 탓에 아이를 낳았다”며 자해한 것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고발한 군정 문란의 생생한 현장이다. 갓난아이는 물론 죽은 사람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군대 가는 대신 내는 세금)를 징수하는 무자비한 가렴주구에 백성들은 녹아났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남근까지 잘라버리고 말았을까. 다산의 고발시와 글을 읽고 있노라면 피가 거꾸로 솟고 몸서리가 쳐진다. “시대를 가슴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不傷時憤俗非詩)”라고 절규한 다산이 아니던가. 다산 정약용의 저작물을 엮어 논한 책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이런 ‘참여작가’로서의 다산을 흥미롭게 풀고 있다.
 
“~똑같은 우리나라 백성들이라네/ 마땅히 세금을 거둘 셈이면/ 부자들에게 거두어야 옳구나(가矣是富人)/ ~왜 품팔아 빌어먹고 사는 무리에게만 치우치는가.(偏於傭개倫)”(‘하일대주·夏日對酒’)다산은 전정의 문란을 한탄하면서 ‘부자감세’ 대신 공평과세와 ‘부유세’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예언하기도 했다.

“유리걸식하는 백성이 길을 가득 메웠고, 마을은 텅 비었습니다. 수령과 감사는~애오라지 백성들만 노략질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남쪽 지방에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여김공후·與金公厚’)
이 시가 나온 지(1809년) 85년 뒤 다산의 우려대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다산의 칼날은 사단칠정이 어떻고, 주리·주기론이 어떻고 하면서 공허한 당파싸움을 벌이던 선비들을 겨눈다. 그는 특히 송시열을 ‘머저리(癡)’라고 하고, 그를 맹신하고 신봉하는 무리를 ‘뭇바보(衆愚)’라 폄훼한다.(‘술지·述志’) 그러면서 ‘경세제민’을 도외시한 ‘과거학’과 함께 지역·적서·당파의 차별을 ‘백성의 적’으로 삼았다.

10명 중 8~9명을 버린단 말입니까. 평민이라 버리고, 중인이라 버리고, 서관(평안)·북관(함경)·해서(황해)·송경(개성)·심도(강화)·관동(강원)·호남(전라) 출신이라 버리고, 서얼이라 버리고…. 오로지 권문세가 몇 십 가문만 버림받지 않은 자입니다.”(‘통색의·通塞議’)

그는 또 “책상물림 선비들~/
농사에 게으르니 무진장 굶주리는 게 마땅하다”(‘기민시·飢民詩’)고 읊었다. 놀고먹는 선비들을 직업전선으로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지역편견을 두고는 “동해건 서해건 마음도 같고 도리도 같다(東海西海 心同理同)”(‘거관사설·居官四說’)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깊이 새겨야 할 한마디다.

다산은 유배시절에 자식들을 위한 가르침을 전하면서 “재물이란 꽉 쥘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남겨줄
유산 중 하나는 ‘근(勤)’이요, 다른 하나는 ‘검(儉)’ ”이라고도 했다.(‘시이아가계·示二兒家誡’) 이번에 다산 연구서를 펴낸 노만수의 말마따나 다산은 조선 후기 봉건적 병폐 앞에 피폐해진 백성의 삶을 피를 토하듯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였다 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치안책을 알려거든 들판 농부에게 묻는 것이 낫다.”(‘유림만보·楡林晩步’) 18년간의 유배는 백성들의 삶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기회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노릇이다. 비분강개, 고발하고, 또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했지만 그뿐이었다. 그저 참여시의 작가로 끝났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한마디 더…. 슬그머니 부아가 끓어오른다. 영조와 정조? 누가 중흥군주였고 개혁군주였단 말인가. 다산의 고발대로 백성이 유리걸식하고, 죽어가고 있었는데….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43건 67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395 일상 씁슬한 웃음을 날리며... 댓글1 大美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07 5285
4394 일상 한국물건 저렴하게 구입하는 팁을 공유해보아요~! 댓글3 newyorkopp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26 5050
4393 일상 여름철 전기절약 방법 고양이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02 5843
4392 일상 (~10.22) 총 상금 925만원! K-Move 해외진출성공수기 공… 댓글2 첨부파일 레인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18 6571
4391 답변글 일상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손상 - 결과보고 댓글2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0-15 6366
4390 일상 기사 가정부 구하시는분연락주세요 댓글8 hellomoscow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10 7600
4389 일상 한국에 있는 인니대사관 소식은 대체 어디서 볼 수 있는지요? 댓글2 볼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17 6671
4388 일상 이사 후기 댓글4 첨부파일 bal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11 7312
4387 일상 비정규직 4년의 의미 댓글5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14 7196
4386 일상 숯불 장어구이 _ 좋아요 댓글5 첨부파일 Health앤Beau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20 9375
4385 일상 [스압][저질필력경고] 개고생하면서 배운 인니에서 중고차 매매 방법!… 댓글7 동네노는범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16 8961
4384 일상 현명한 미식가가 되는 법.JPG 안테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11 9024
4383 일상 GLY center 아시아 스토리북 만들기 댓글1 GlobalLead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10 4890
4382 일상 마카사르 여행시 "한국식당" 겸 숙소 두니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3-09 9245
4381 일상 변수 선언 오류에 이은 글쓰기 포인트 바가지?;; 댓글2 동네노는범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19 4783
4380 일상 g4_path 변수가 선언되지 않았습니다. wrest.js - 해결방… 댓글2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13 6051
4379 일상 뼈속까지 친일파 김용주... 댓글3 awalidengan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01 4783
4378 감동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댓글2 찬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1-29 6188
4377 감동 [유머] 가정의 달 딸에게 보내는 편지 댓글4 medic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5-04 9053
4376 감동 굽이 돌아가는 길 - 박 노해 Att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8-31 6090
4375 감동 어느날 문득 댓글1 Att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2-22 6186
4374 감동 참으로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 댓글1 여기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2-23 4769
4373 감동 아내가 부르는노래!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6-23 4655
4372 감동 (펌)♣ 3초만에 따뜻한 세상 만들기...♣ 댓글3 여기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9-23 4632
4371 감동 부부의 행복 댓글3 병아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2-17 5467
4370 감동 어제~씨겁했거든! 댓글3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4-28 6458
4369 감동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어요. 댓글3 거침없이하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6-02 5648
4368 감동 만남 / 클릭 안 하시면 엄청손해... 댓글3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6-18 4543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