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용서의 힘'과 사회통합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030)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용서의 힘'과 사회통합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07.45) 작성일13-12-12 22:27 조회3,609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44975

본문


그는 27년간 1만 여 일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한 번도 복수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잔인하고 악독한 백인우위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종식시키고 남아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유의 상징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결코 영웅 행세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목요일 95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넬슨 만델라이다.

간디처럼 평생 동안 평화와 화해를 위해 힘썼던 이 시대의 거물인 만델라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역사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개 시대와 장소를 넘어 우리의 가슴 속에 무엇인가를 남기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의 유산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유독 한 문장이 머리를 맴돈다. "증오를 느끼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만델라가 1990년 2월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한 말이다. 그가 삶의 좌우명처럼 생각한 이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인생의 대부분을 부당하게 감옥에 감금되었으면서도 증오와 복수의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분노를 느낀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아도 화가 나고, 나온 국에 건더기보다는 기름만 둥둥 뜬다고 분노한다. 김수영 시인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저 왕궁 대신에 왕국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탕에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는" 사람을 많이 닮았다.

 
하물며, 손발이 묶이고 자유를 박탈당했다면 어떻겠는가.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분노를 느꼈을 것 같다. 감옥의 창살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치면 자유와 생명을 느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분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의와 폭압의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나가 권력을 잡으면 나를 괴롭힌 것만큼, 아니 몇 백 배로 되갚아 주겠다는 복수심을 키우지 않았을까.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행위의 수순이다.
 

그러나 만델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증오 대신 화해를 선택했고, 복수 대신 용서를 실천했다. 그의 정책이 남아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흑과 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남아공은 과거를 용서하고, 미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서를 할 때에만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만델라가 우리에게 남겨놓은 지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만델라가 타계한 이 시점에서 한 번 그 반대를 상상해본다. 용서의 정반대는 보복이다. 보복은 항상 폭력에 대항하는 반동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한다. 문제는 한 번의 보복 행위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복은 항상 다른 보복으로 이어져,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연쇄반응 속에선 누가 옳은지 누가 잘못하였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보복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결코 끝나지 않는 잔인한 연쇄 운동 속에 가둔다. 
 

우리도 지금 이런 정치적 보복의 연쇄반응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면 누가 누구를 칠지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예측한다. 권력을 잡은 자는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쓰지만, 권력을 잃게 되면 복수의 칼을 갈았던 사람들에게 똑같은 꼴을 당한다. 우리가 평화롭게 공존하고자 한다면, 분노의 감정이 가슴속에 쌓여 원한과 복수의 응어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델라도 "모욕을 당한 자만큼 위험한 사람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정한 사회통합을 원한다면 분노의 응어리를 풀어 보복의 연쇄작용을 끊어낼 수 있는 용서의 미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미덕만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아, 사회통합을 말로만 외치는 대한민국에 넬슨 만델라의 실천은 정녕 요원한 것인가.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39건 50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867 기타 [7] 허리를 다치지 않는 골프치기 댓글4 첨부파일 baxtermi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5-30 5667
4866 일상 인도네시아 고음질 6탄 - Shanty - Indah Hari ini 댓글2 첨부파일 sea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0-01 7459
4865 기타 치매는 노인의 삶을 파멸시킨다 댓글1 순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17 4349
4864 일상 양파 listen(dream girls OST중) 댓글4 첨부파일 ctmow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0-28 6727
4863 기타 운동후 팔목 통증 댓글6 윈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1-02 5702
4862 일상 [게임소개]귀혼 인도네시아판 MMORPG GHostOnline^^ 댓글1 젊은여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1-26 13010
4861 기타 바나나(Banana) -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댓글9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1-24 4674
4860 일상 [유머] 군대에서의 episode 젤 기억남는것..하나 댓글7 sea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2-06 8045
4859 기타 요사이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는데 식이요법에 어떤것이 있나요? 댓글4 pingk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03 6530
4858 일상 안녕하세요 댓글4 첨부파일 쭈리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2-17 8943
4857 기타 감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신농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11 3613
4856 일상 2008년은 무자(戊子)년 쥐띠 해.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1-02 8883
4855 기타 홍삼엑기스구매건 댓글4 whitet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16 2989
4854 일상 기도!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2-17 5620
4853 기타 출근시간 아이라인 걱정 이젠안녕~ [ 아우름 피부과] 아카1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24 4129
4852 일상 붕어빵 3개가 천원,,,,,,, 댓글1 첨부파일 사기당한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3-01 5648
4851 기타 유익한 민간요법과 생활의 지혜 첨부파일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18 4256
4850 일상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반전 댓글6 올리비아땅콩강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3-29 5437
4849 기타 마시는 레몬 물의 10 가지 효능 댓글3 첨부파일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17 4585
4848 일상 안녕하세요 FTP를 오픈하고.... 댓글6 발리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4-13 6480
4847 기타 “라식수술” 전 최소한 이것만은 알아두자! 댓글1 curi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26 3279
4846 일상 이놈의 나라는 핸드폰 위치 추적 안되나? TT 댓글7 그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6-03 11231
4845 기타 [씨놀 1탄]치매 이제는 더이상 불치병이 아닙니다. 댓글5 씨놀코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27 4269
4844 일상 말레이시아 비자여행 후기 댓글3 오랑우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09 6906
4843 유머 워쩌케 알았대유? 댓글2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01 3340
4842 일상 노래방 서비스 이정도는 되야지 댓글9 좌우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25 7058
4841 유머 문익점 선생님 고맙습니다. 댓글2 아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16 3088
4840 일상 무궁화... 댓글13 창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8-18 7658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