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용서의 힘'과 사회통합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667)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용서의 힘'과 사회통합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07.45) 작성일13-12-12 22:27 조회3,629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44975

본문


그는 27년간 1만 여 일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한 번도 복수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잔인하고 악독한 백인우위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종식시키고 남아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유의 상징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결코 영웅 행세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목요일 95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넬슨 만델라이다.

간디처럼 평생 동안 평화와 화해를 위해 힘썼던 이 시대의 거물인 만델라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역사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개 시대와 장소를 넘어 우리의 가슴 속에 무엇인가를 남기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의 유산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유독 한 문장이 머리를 맴돈다. "증오를 느끼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만델라가 1990년 2월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한 말이다. 그가 삶의 좌우명처럼 생각한 이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인생의 대부분을 부당하게 감옥에 감금되었으면서도 증오와 복수의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분노를 느낀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아도 화가 나고, 나온 국에 건더기보다는 기름만 둥둥 뜬다고 분노한다. 김수영 시인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저 왕궁 대신에 왕국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탕에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는" 사람을 많이 닮았다.

 
하물며, 손발이 묶이고 자유를 박탈당했다면 어떻겠는가.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분노를 느꼈을 것 같다. 감옥의 창살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치면 자유와 생명을 느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분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의와 폭압의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나가 권력을 잡으면 나를 괴롭힌 것만큼, 아니 몇 백 배로 되갚아 주겠다는 복수심을 키우지 않았을까.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행위의 수순이다.
 

그러나 만델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증오 대신 화해를 선택했고, 복수 대신 용서를 실천했다. 그의 정책이 남아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흑과 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남아공은 과거를 용서하고, 미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서를 할 때에만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만델라가 우리에게 남겨놓은 지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만델라가 타계한 이 시점에서 한 번 그 반대를 상상해본다. 용서의 정반대는 보복이다. 보복은 항상 폭력에 대항하는 반동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한다. 문제는 한 번의 보복 행위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복은 항상 다른 보복으로 이어져,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연쇄반응 속에선 누가 옳은지 누가 잘못하였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보복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결코 끝나지 않는 잔인한 연쇄 운동 속에 가둔다. 
 

우리도 지금 이런 정치적 보복의 연쇄반응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면 누가 누구를 칠지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예측한다. 권력을 잡은 자는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쓰지만, 권력을 잃게 되면 복수의 칼을 갈았던 사람들에게 똑같은 꼴을 당한다. 우리가 평화롭게 공존하고자 한다면, 분노의 감정이 가슴속에 쌓여 원한과 복수의 응어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델라도 "모욕을 당한 자만큼 위험한 사람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정한 사회통합을 원한다면 분노의 응어리를 풀어 보복의 연쇄작용을 끊어낼 수 있는 용서의 미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미덕만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아, 사회통합을 말로만 외치는 대한민국에 넬슨 만델라의 실천은 정녕 요원한 것인가.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41건 45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009 유머 딸에게 절대 사주면 안되는 장난감 레클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19 3385
5008 일상 추신수 대박 3연타석 홈런 댓글3 할리데이비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9-18 5250
5007 기타 MSN 메일 쓰시는 분들 해킹메일 조심하세요.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26 4421
5006 일상 이곳은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댓글1 ondalk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09 5377
5005 노하우/팁 나무막대기로 바다에서 물고기 잡기 ㅋㅋ 짱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18 4010
5004 일상 우리가 할수있는 일은 무었이 있을까요. 댓글3 no마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16 4714
5003 일상 한국-시리아전 저녁7시 치킨퐁 위자야점 실시간중계 P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06 2881
5002 일상 친구들 만들기 댓글5 무상보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31 5936
5001 기타 멀티플로트(multi float) 첨부파일 saranghaz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11 3948
5000 일상 한국행 비행기표 댓글6 FIBL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27 7090
4999 일상 M Mart 주피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02 6154
4998 노하우/팁 수카부미 놀러 오시면 연락 주세요 댓글3 Manuu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1-30 4581
4997 답변글 일상 임시폴더청소기[컴퓨터 정리]정말 추천드려요!! 댓글2 치자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23 5246
4996 기타 인천 명문 부평고 동문들 모십니다. ER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18 5090
4995 일상 한겨울 철새무리 댓글1 첨부파일 no마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30 4316
4994 일상 연합 배드민턴 대회 - 참가 신청 마감 공지 평생교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4-17 3421
4993 일상 오늘의 내 자신이... selly0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13 4774
4992 기타 재외국민대입전형 자기소개서 작성 도우미 심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5-18 2883
4991 일상 아래 일정데로 하면 대략 어느정도 금액이 들어갈까요? 댓글3 야남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23 7321
4990 기타 르바란 기간중 오토바이로 잘란잘란 같이 하실분 댓글6 바이크몰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6-21 5105
4989 일상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 댓글3 ondalk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12 5659
4988 일상 안녕하세요~인도네시아 초보 25세 여성입니다. 댓글26 미니천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7-14 6769
4987 일상 인도웹 쉼터는 물먹는 하마 인가요... 댓글11 bahen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25 5638
4986 답변글 기타 Re: 서울 영동고 보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8-28 7877
4985 일상 (제안)교민,교포라는 단어 대신 동포 또는 한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댓글4 버섯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11 5030
4984 일상 한국인을 위한 사이버 커뮤니티 인도웹의 위력.... 댓글2 송송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04 5808
4983 기타 저안에 뭐가 있다냥? 독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9-29 1947
4982 일상 중고 피아노 구합니다! 댓글1 73122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16 11267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