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 유머 스피치 잘하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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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모나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13.72) 작성일15-08-21 10:40 조회4,413회 댓글0건본문
유머는 이렇게 – 유머구사 5계명
젊은 날, 직장생활을 할 때 저는 회장님의 스피치라이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전체 기간을 모두 합하면 8~9년 정도가 됩니다. 그 기간 동안, 정말이지 수많은 스피치 원고를 썼습니다. 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원고를 썼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때 글이나 스피치에 대한 훈련을 혹독하게 쌓은 결과가 됐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이 사용할 스피치원고를 대신 작성하는 일만큼 힘든 것이 없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그대로 상상하면서 글을 써야하며, 그 사람의 말버릇과 호흡까지도 고려해서 원고를 작성해야 합니다.
“자네는 마치 내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구먼.”
이 말이 제가 들었던 유일한 칭찬이었는데, 그 정도로 감정이입을 하면서 글을 썼던 것입니다.
스피치 원고를 작성하는 중에도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유머’입니다. 스피치 원고를 회장님께 갖다 드렸는데 회장님이 “이쯤에서 웃기는 이야기를 하나 삽입해보지”라고 말할 때는 속이 답답해집니다. 그거야말로 ‘웃기는 이야기’거든요.
유머는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스피치 하는 사람의 말투와 스피치 장소의 상황과 청중의 성향 등이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야 되는 것인데 ‘원고’로 웃기려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면 웃길 수 있는 내용도 다른 사람이 말하면 썰렁하게 되는 게 유머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스피치를 하는 사람의 소망 중에 하나가 유머구사입니다. 유머구사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상당한 훈련을 통하여 내공을 쌓아야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유머구사에 대하여 모두 다룰 수는 없고요, 오늘은 스피치를 할 때 유머를 구사하려거든 꼭 알아야할 5가지만 다루겠습니다. 이름하여 '유머구사 5계명'입니다.
(1) 일단, 유머스타일로 바꿀 것
유머는 내용보다 말투, 표정, 제스처 등이 더 중요합니다. MBC TV 개그 프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 “김기사, 운전해. 어서~”를 잘 알 것입니다. 그것을 보면 내용 자체는 절대 웃기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개그우먼 김미려 씨의 독특한 어조와 표정이 가미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포복절도합니다. 유머란 그런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유머를 구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두뇌의 회로가 '유머버전'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말투가 유머스타일로 바뀌게 되고 그럼으로써 같은 내용의 말을 해도 상대의 웃음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2) 이야기와 연결할 것
유머는 반드시 스피치의 주제와 연결돼야 합니다. 예컨대, 강의나 스피치를 하다가 갑자기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라며 엉뚱한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이건 유머의 ABC를 모르는 행태입니다.
유머는 억지로 ‘웃기는 짓’을 하는 게 아닙니다. 스피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표현을 유머러스하게 함으로써 청중으로 하여금 스피치에 몰입하게 하고 분위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3) 삼삼하게 표현할 것
유머는 딱딱한 표현으로 절대 되지 않습니다. 청중으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듯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삼삼한 표현을 하는 게 정석입니다.
이외수 작가님이 쓴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놈은 흉기로 자주 자해하는 습관이 있다.” 라는 문장보다는 “그놈은 뻑하면 회칼로 자기 배를 그어대는 습관이 있다”라는 문장이 전달력이 선명하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식으로 말하기보다 뒤의 식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삼삼한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4) 사건·사례로 말할 것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머책에서 수집한 유머를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유머책에 있는 유머중에 쓸만한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책 한 권을 다 뒤져도 유머다운 유머를 단 하나도 건지지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유머들은 억지유머요 말도 안되는 음담패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로 좋은 유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던 사건·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박장대소한 적이 있다면 얼른 메모하여 비축해두세요. 그런 유머가 정말 좋은 유머요 살아있는 유머입니다.
(5) 오버하지 말 것
우리는 왜 유머를 구사하려할까요? 웃기는 사람이 되려거나 개그맨이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유머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머가 지나치면 정말로 ‘웃기는 사람’ ‘싱거운 사람’ ‘저질스런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유머를 구사하다가 지나쳐버리면 성희롱 같은 설화에 휩쓸려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유머를 구사할 때 사람들의 호응이 좋다고 하여 오버해서는 안 됩니다. 절제된 유머여야 멋집니다.
어떻습니까? 일단 이 5가지를 마음속 깊이 새기시기 바랍니다. 아니, 마음에 새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품격있는 유머로 멋진 스피치를 구사하고 싶다면 위의 5가지를 꼭 실천하셔야 합니다.
유머란 '유치하고 머저리 같은' 짓으로 억지 웃음을 짓게 하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머리를 써서' 즐겁고 자연스런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출처] 스피치 잘하는 법(2) - 유머구사 5계명|작성자 조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