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평지풍파] 어그로를 끌어보자(4) - 성탄특집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731)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평지풍파] 어그로를 끌어보자(4) - 성탄특집

페이지 정보

작성자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2.10) 작성일18-12-21 21:41 조회3,216회 댓글1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464948

본문


옆 사람과 인사 안 할 자유

 

 

거의 평생 교회를 다녔습니다어린 시절 늘 엄숙하고 무겁기만 했던 교회분위기를 기억합니다군사정권이 사회를 짓누르던 시절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나 중립지대의 해방구처럼 자유 넘쳐흐르던 당시 교회와 성당도 지금 돌이켜보면 꽤 경직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오직 성경책 한 권만이 교회를 지배하던 그 시기에 그루브 넘치던 미국 개신교회들의 선례를 따라 조금씩 소개되던 대중음악을 닮은 스펠송들이 급기야 수십 권의 복음성집으로 묶여 파급되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처럼 결성된 수많은 워십팀들이 긴 팔다리와 허리를 휘저으며 아이돌풍 댄스와 음악을 엄숙한 집사 장로님들 앞에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어쩌면 진정한 자유주의 교회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교회 앞마당과 부속 공간들이 나눔의 바자회와 각종 여교육취미 동호회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교회는 더욱 개방되었는데 물론 그 순간에 성스러워야 할 하나님의 성전을 장사치들의 소굴로 만들었다며 상점과 판대를 때려 부수며 그 옛날 예루살렘 성전에서 기염을 토하던 예수님이 잠시 떠오르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자유주의 좀 지나치게 창대해져 간 것일까요?

물론 모든 것이 동시에 자유분방해져 갔던 것만은 분명 아닙니다여름방학 동안 각종 부서별 활동을 마치고 각 부서장들이 대예배 광고시간에 결과보고를 할 때 회사일로 해외출장을 나간 부장 대신 여름 성경학교 결과보고를 하려던 어린이부 차장에게 '보고는 부장이 하는 것이요!'라며 전교인 수백 명 앞에서 성난 표정으로 질타하던 한 한인교회 담임목사의 일갈을 기억합니다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려 자신을 버리는 파격을 보였지만 그 목사님은 아주 작은 형식의 파괴조차 용납하지 못했던 것입니다물론 그것도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니 이젠 그 정도는 고개 끄덕여줄 포용력쯤 생겨났을지도 모르죠그 포용력 생긴 곳이 그 목사님의 마음이든아니면 당시 그 일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내 마음이든그 어느 쪽이든 말이죠.

 

많이 완화되고 개방되었다 해도 여전히 여기저기 강력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종교의 경직성은 타고난 본질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종교란 인간을 모든 속박으로부터 구원해 자유롭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소개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참담하고 패배적인 현실 속에서 정신승리를 허용해 줄 온갖 논리와 믿음을 선사하는 대로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을 속박하려는 본질을 내재하고 있기 쉬운 것이니 말입니다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구원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그러니 속박하며 옥죄어 오는 종교라면 최소한의 경직성과 그에 따른 엄숙함은 결코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그래서 개방된 교회 점점 더 낮은 곳으로 임할 수록 그 본질적 특성과의 괴리감은 더욱 드러나 결국 숨길 수 없게 되는 법입니다.

 

예배 시작될 때 또는 그 중간에 목사님은 예배당에 모인 신자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곤 합니다.

"옆사람과 인사하면서 이럴게 말합시다주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인사하세요지난 한 주 주님 은혜로 살았습니다."


요즘은 수만 명 모이는 대형교회의 목사든달동네나 섬 구석의 개척교회 목사든 목사라면 누구나 시전하고 있는 이 예배진행기법은 언젠 처음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엄숙하고 진지하기만 하던 당시 분위기를 일신하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시도였습니다사람들은 아파트 같은 층 이웃들처럼 몇 년간 얼굴도 이름도 익히지 못했던 교회 옆자리의 사람들을 어색해하면서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260A843C591B20E81AB3AC

 

물론 이젠 더 이상 참신하지도획기적이지도 않습니다그래서 어느 교회에서나,어떤 목사들이나 모두 다 애용하는 이 기법에 오히려 거부감으로 치를 떠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꼭 엄숙주의 꼰대들이어서만은 아닙니다나 역시 언젠부터 남이 시키는 데로 살지 않겠다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내 세대 학교를 다닐 당시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강요했던 온갖 규정과 조례들이 창의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사람들을 육성하기보다는 저 높은 곳의 사람들이 시키는 데로 움직이는 순종적인 인간들을 양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르침들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순종했던 사실을 뼈저리게 후회하던 와중에 옆사람에게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인사하라는 목사님 말씀에 반감을 느끼는 건 나 혼자뿐일까요사실 나 혼자일 것 같습니다하지만 왜 꼭 그마저도 순종하면서 옆사람과 악수하며 시킨 대로 말해야 하는 걸까요?

 

나 송파구 오금동 사는 아무개입니다잘 부탁합니다.

 

차라리 이게 낫지 않을까요이름도 모르던 옆사람에게 사랑한다느니주님 은혜로 살자느니 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보다 그 기회에 명함을 한 장 꺼내 들고 정식으로 수인사를 나누는 건 지극히 비교회적비신앙적인 일일까요?

 

일요일마다 와이셔츠 주머니에 굳이 말보로 담배곽을 끼워 넣고 교회당 문을 들어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이미 나이 들고서도 그런 중2병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은 내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내 세상에서 장 고결하고 신앙 깊은 사람이며 결코 흡연자일 리 없다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그래서 교회당에 들어설 때마다 난 그렇게 내 흡연자라는 사실을 더욱 드러내 보이는 패기를 발휘했던 것이죠결국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넣지 않고 교회에 나게 된 것은 실제로 담배를 끊고 나서였습니다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담배곽을 슴주머니에 끼우고 성대에서 노래 부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옆사람과의 인사는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의 말을 매번 목사님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어야만 합니다그건 맘에도 없는 말이니 진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집사님 교회 끝나고 한 잔 하시죠.

 

차라리 이런 솔직한 진심을 나누는 것이 진짜 신의 뜻인지도 모릅니다.

 

난 정말 종교 인간들을 자유롭게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종교 갖는 그 속박의 본질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요. <>


230F1E3C591B20E41A5263

집사님, 이따 한 잔 해요^^


좋아요 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명랑쾌활님의 댓글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36.♡.79.140 작성일

"주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주 밖에서는 얘기 다르지요."
(주 = 교회, 주일)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7,056건 31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216 유머 좋아요1 사랑하는 연인에게 세수 시켜주기 댓글5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29 3697
6215 일상 이렇게 기쁜일이....기분좋다...하하하하....축하해주세용!!! 댓글10 찐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19 6854
6214 일상 우울하네요... 댓글11 데미그라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16 7167
6213 일상 필립의 넋두리2 댓글2 필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27 4865
6212 기타 좋아요1 찌까랑 도서관 개관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분식 댓글1 첨부파일 베바스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9-02 3411
6211 일상 빛나는 얼음공주는 한국의 자존심 댓글1 ILOVEKORE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5-30 4401
6210 기타 인니 핸드폰 한국에서 사용시 차이점이 있나요? 댓글3 Cresend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27 9345
6209 일상 네비게이션 과 후방카메라 댓글4 강호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06 7413
6208 일상 ALI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동영상 파일 있으신 분 부탁드립니다 ^^ 댓글5 SHKon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26 4725
6207 노하우/팁 골프장캐디팁 ~~ 댓글3 알버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24 7387
6206 일상 드디어 인도네시아에 오면 치뤄야 하는 행사를 치루고 나니 댓글7 모니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1-07 6821
6205 일상 캐나다의 밤을 밝히는 한국 LED 로등 댓글4 ILOVEKORE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06 4825
6204 일상 인도네시아어-한국어 스마트폰 사전 까무스데(Kamus Deh)를 만들… 댓글37 odor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14 11546
6203 일상 무슨재미로 사나요 댓글22 보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22 6552
6202 기타 업종변경차 슈퍼물품 정리합니다..[사진 첨부합니다] 댓글16 첨부파일 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0-14 12280
6201 일상 엘쥐 서비스 센타??? 댓글8 pluswav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1-30 4026
6200 일상 인니어 결코 쉬운 언어 아닙니다 댓글36 행복예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4-15 9039
6199 일상 좀 더 다채로운 세상을 향하여 댓글10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1-06 6401
6198 일상 자카르타 남부나 땅어랑 근처에 일본식 검도 도장 아시는 분 소개해 주… 댓글5 하나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20 6030
6197 기타 좋아요4 발리 우붓 여행기.... 댓글11 첨부파일 자카르타SO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6-11 5453
6196 기타 JIKS 나래홀에 내려앉은 한인사 한 조각 댓글2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18 4276
6195 일상 자기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보세요 댓글1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04 3688
6194 답변글 일상 한국의 유엔안보리 재진출 축하~!! 댓글2 첨부파일 as123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20 4599
6193 일상 시리아 내전, 아동인권 유린을 막아 주세요.. 댓글1 820PM슝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19 4157
6192 일상 수카부미 pusat - 바둑두시는 분 계실까요? 댓글3 Manuu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21 4217
6191 일상 한인회 회장선거에 대한 고찰 댓글13 블루엣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2 6421
6190 일상 폴 - 당일 비자 코스 댓글11 macar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11 6958
6189 일상 지난 토요일 왔습니다 댓글1 알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24 2719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