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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그교수전(傳) (上) - 강명관, 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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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3.146) 작성일14-09-28 16:14 조회6,0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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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교수전(傳) > (上)



강명관 (부산대학교 교수)



그 교수의 이름은 알 수 없다.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은 김 씨라 하기도 하고, 이 씨라 하기도 하고, 박 씨라 하기도 한다. 아니, 최 씨, 강 씨, 정 씨라고 하는 이도, 그 밖의 어떤 성씨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이름은 물론 성씨조차 명확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그’를 성처럼 붙여 그냥 ‘그 교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실 그 교수는 별난 사람이 아니다. 학생 교수 교직원을 막론하고 ‘그 교수’를 숱하게 만나보았을 것이다. 도대체 ‘그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학생도 많이 모이고, 논문도 많이 내는데


교수의 본업은 연구와 교육이지만, ‘그 교수’는 그쪽에는 아주 관심이 없다. 강의는 대충대충 하고, 일만 있으면 쉽게 휴강을 한다. 하지만 학점이 워낙 후하기에 학생들은 ‘그 교수’에게 쏠린다. ‘그 교수’는 대학원생을 많이 거느리기도 한다. 뭔가 좀 똑똑하다 싶으면, 좀 예쁘다 싶으면, 뭔가 이용해 먹을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싶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도학생으로 삼고 만다. 하지만 평소 연구라고는 해 본 적이 없으니, 논문 지도 따위는 하지 않는다. 논문은 원래 혼자서 쓰는 것이라면서 내팽개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교수’ 자신이 논문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논문을 써야만 돈(연구비라고도 한다)을 준다고 대학이 으름장을 놓자, ‘그 교수’도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정한 일생의 연구 계획을 따라서 쓰는 것은 아니다. 절실한 연구목적 같은 것도 없다. 다만 바라느니 돈이다. ‘그 교수’는 논문을 적게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제자의 학위논문을 요약해서 학회지에 싣게 하고 자신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린다. 그러면 1편 당 70%를 인정해 준다. 지도를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수의 제자를 악착같이 두는 것은,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논문 편수를 늘리려는 목적도 겸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1편으로 쓸 논문을 3, 4편으로 쪼개 쓰거나, 아니면 제목을 바꾸어 달고 내용을 약간 고친 뒤 이 학회지 저 학회지에 투고하기도 한다. 논문이 심사과정에서 탈락될 것은 염려하여 학회의 임원이 되거나 편집위원이 되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도 아니라면 자신의 논문을 심사할 사람을 알아내어 전화를 하기도 한다. 자신과 비슷한 무리를 모아 아예 학회를 하나 만들고 학회지를 내기도 한다. 이 학회지에 논문을 싣는 것은 여반장이다. 이런 이유로 ‘그 교수’는 연구는 전혀 하지 않아도 논문은 풍부할 수 있다. 연구 업적을 평가하면 늘 1등이다.

‘그 교수’는 기회가 닿는 대로 짐짓 학문의 진지함에 대해 근엄하게 읊조린다. 대학 바깥의 사람들에게 학자의 길은 수도승이 걷는 고행의 길과 같다고 말한다. 속내를 알 길이 없는 대학 밖의 사람들은, ‘그 교수’야말로 정말 참다운 학자로구나 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논문을 많이 써서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도 ‘그 교수’는 다른 활동도 많이 한다. 사실 ‘그 교수’는 연구실에 있는 시간보다는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다. 자료를 검토하고 궁리하는 시간보다 전화통을 붙들고 있을 때가 훨씬 많다.


연구·교육보다 보직과 바깥활동에 열심


학교 안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직이나 한자리할까 기웃거리고, 다음번에는 누가 총장이 될까 하고 살핀다. 때로는 자신이 총장이 될 생각을 품기도 한다. 실제 보직을 맡기도 하는데(아니 보직만 하는데), 그럴 때면 본래 직무보다는 자신을 임명해 준 사람에게 충성심을 나타내는 데 온 힘을 다 쏟는다. 그런 노력을 점잖은 보통 교수들은 흔히 ‘아첨’이라는 전문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교수’는 이른바 ‘사회봉사’도 열심히 한다. 뭔가 권력의 냄새가 나는 곳이면 부르지 않아도 가서 안면을 튼다. 출신지, 초․중․고등학교 동창 관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동원하면서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검색’한다. 뭔가 하나가 걸리면 그때부터 형님, 동생, 선배, 후배를 읊조리면서 십년지기가 된다.

그뿐만 아니다. 국가기관의 무슨 위원회에서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가서 평소 닦은 ‘옳습니다’ 신공을 발휘한다. 선거철이 되면 갑자기 이상한 단체를 만들어 ‘장’이 되고 ‘대표’가 되어 부지런히 쏘다니는 것은 물론이다. 갑자기 신문에 누구누구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름도 나고 사진도 난다. 그것을 동네방네 떠들며 선거가 끝나면 마치 한자리할 것처럼 설치고 다닌다. 이것이 우리의 ‘그 교수님’이 사는 방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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