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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엄친아와 뉴요커인 나의 비밀스런 관계........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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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구마구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226.114) 작성일12-04-21 10:41 조회3,706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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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를 꺼내 무는데

녀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독한 거 피시네요.”

“......”







그리고 나서 녀석은 주머니에서 회색 던힐을 꺼냈다.

내껀 디스플러스.

담배까지 녀석에게 꿀릴 줄은 몰랐다.




겨우 사백원 차인데.




그러나 끝까지 지고 싶지 않아서

이리저리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아, 그게...뉴 뉴욕에 있을 때는...던힐이 없어서...버릇이 돼서...”

“......”


“저...뉴욕에...가 보셨어요?”

“...아 아뇨;”

“......”






옳거니.




이건 기회였다.




모든 면에서 녀석에게 뒤지고 있던 내가 유일하게 잘난 것을 찾아냈다.






내가 뉴요커였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엄...우리 뉴욜~에서는 던힐 그런 거 안 피거든요.”

“...아, 그런가요?”

“암...우리 뉴욜~에서는 말보로 오얼 벌쥐니아 이런 거만 펴서...엄...”

“......”





솔직히 개뻥이었다.




나는 뉴욕에서도 면세점에서 구입한 디플만 폈다.

뉴욕은 담배값이 하도 비싸서 차마 사서 필 엄두조차 못 냈다.








“거기...맨하탄은 좋던가요?”

“네? 맨하탄요? 맨하탄이 뭔가요?”

“아...”






제대로 걸려들고 말았다.




맨하탄 얘기를 꺼낸 건 크나큰 실수였다.




녀석도 아차싶은 표정이었다.




녀석은 거기서 말을 중단했지만




그냥 둘 내가 아니었다.




나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맨하탄? 맨하탄이라니? 맨하탄이 뭐지? 그게 뭘까?”

“......”

“맨하탄이라...아하, 맨하탄! 하하핫, 맨하탄이요?”

“......”

“한쿡에서는 맨하탄이라고 하나 봐요. 하하하, 맨하탄이라...재미있네요.”

“......”






녀석은 똥씹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담배를 쥔 손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엄...우리 뉴욜커들은 맨하탄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거든요.”

"...네...”


“원어민들은 이렇게 발음하죠. 맨햇든.”

“...매네뜨?”

“오우~노우~그게 아니에요. ‘햇’할때 액센트를 줘아죠. 자, 따라해 보세요. 맨햇든!”

“아, 예.”

“맨햇든!”

“......”






따라하지 않았다.




비겁한 자식.






그리고 나서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조용히 담배만 빨았다.

딱히 할말도 없었다.




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갔을 때쯤 녀석이 말을 꺼냈다.






“저랑 동갑이시라던데...졸업은 하셨어요?”

“아뇨, 이번에...”

“아...그럼 취직은요?”

“......”






역시 만만찮은 놈이었다.

20년 이상을 녀석과 비교당하며 살다가

이제야 간신히 내가 뉴요커였다는 사실로

녀석을 제끼는가 했더니

‘취직’이라는 한마디 앞에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자랑거리도 아니었다.

뉴욕에 잠시 있었다는 것이

뭐가 그리도 잘난 것이란 말인가.

그곳에 특별히 잘난 사람들만 사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잘난 동네도 아닐진데...






내가 녀석에게 늘 비교당해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내 단점을 고치려하지 않고

나보다 잘난 것들에 대해 질투만 해왔을 뿐이었다.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엄마친구아들인 이 녀석은

분명히 나보다 잘났고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나 나의 비교상대가 되어왔다.

이제는 남자답게 녀석의 좋은 점을 배워야겠다.







“저...그쪽은 무슨 일 하세요?”

“......”




녀석은 말없이 담배연기를 한모금 빨고는

천천히 뱉어냈다.

저것이 바로 잘난 자의 여유란 말인가.........







“부동산쪽 일 하신다던데...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백수예요.”


“......”

“......”








백수라니...

그새 짤렸단 말인가.








“아...그만두셨나 보네요...”

“졸업하고 계속 백수였는데요?”

“......”

“......”

“그럼...아무 것도 안 하세요?”

“그냥 집 봐요.”

“......”

“......”






부동산쪽 일 한다는게 집 본다는 소리였어?




그럼 그냥 찌질이였잖아 카카캇.





“뉴욕에는 얼마나 있었어요?”

“삼박사일요.”

“......”


“......”









둘 다 병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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