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서방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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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34.241) 작성일12-01-26 20:53 조회4,031회 댓글4건본문
서방을 팝니다
헌 서방을 팝니다
반백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맞힘도
바람결에 날아가버린
민들레 씨앗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며
두 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된 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눈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추억줄기일 뿐.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포근한 눈빛 한 번 주고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지
그저 덤덤하게
한마디의 따근따끈한 말도 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그 흔한 맥주 한 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 자기.
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반 벙어리
자린고비에다 술주정꾼.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 팝니다.
헐값에 팝니다.
주정거리듯 비틀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
빈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 팝니다.
헌 서방 팝니다며 울먹입니다.
흩어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 듯한
빈 가슴을 추스리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이 향봉님의 글 >
댓글목록
Gultom님의 댓글
Gulto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41.♡.10.170 작성일그런 투정이라도 부릴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ㅜㅜ;;;
평촌신사님의 댓글
평촌신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8.♡.18.146 작성일맞아유......... 그레도 어찌해유 곁에 있음이 행복하데유ㅠㅠㅠ 우리 서로 신경좀 써유ㅠㅠㅠㅠㅠㅠ
땅골지기님의 댓글
땅골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8.♡.219.166 작성일
참 재미있는글,공감되는 글입니다.
꼭 제 얘기같아 마니 찔리내요.
밖에서는 누구가 인정해주는 두주불사형,집에서는 하숙만하는 아저씨입니다.ㅋㅋㅋ
JEVE님의 댓글
JEV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202.♡.48.100 작성일
한번 바꿔 봤습니다!
<마눌을 팝니다>
헌 마눌을 팝니다
사반세기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하겠지만
몸매는 그런대로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5척반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배둘레 햄은 솔찬히 두터운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장사는 하고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맞힘도
바람결에 날아가버린
민들레 씨앗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며
두 눈 감고 두 귀 막은 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화끈함이며
신혼초야의 열정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추억줄기일 뿐.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포근한 눈빛 한 번 주고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지
그저 덤덤하게
한마디의 다소곳한 말도 없고...
매너도 없이 이불 속에서 방귀를 뀌어대고 트림을 해대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아침에 그 흔한 커피 한 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씀씀이가 헤프고 허영도 심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자린고비..
마눌도 헌 마눌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뒤집히어
마눌 팝니다.
헐값에 팝니다.
주정거리듯 비틀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허무감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
빈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마눌 팝니다.
헌 마눌 팝니다며 한잔 들이킵니다.
흩어진 마음
구멍이 뻥뚫린 듯한
빈 가슴을 추스리며...
<주 태백님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