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평지풍파] 어그로를 끌어보자(4) - 성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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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평지풍파] 어그로를 끌어보자(4) - 성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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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2.10) 작성일18-12-21 21:41 조회3,21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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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과 인사 안 할 자유

 

 

거의 평생 교회를 다녔습니다. 어린 시절 늘 엄숙하고 무겁기만 했던 교회분위기를 기억합니다. 군사정권이 사회를 짓누르던 시절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나 중립지대의 해방구처럼 자유가 넘쳐흐르던 당시 교회와 성당도 지금 돌이켜보면 꽤 경직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오직 성경책 한 권만이 교회를 지배하던 그 시기에 그루브 넘치던 미국 개신교회들의 선례를 따라 조금씩 소개되던 대중음악을 닮은 가스펠송들이 급기야 수십 권의 복음성가집으로 묶여 파급되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처럼 결성된 수많은 워십팀들이 긴 팔다리와 허리를 휘저으며 아이돌풍 댄스와 음악을 엄숙한 집사 장로님들 앞에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자유주의가 교회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교회 앞마당과 부속 공간들이 나눔의 바자회와 각종 여가교육취미 동호회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교회는 더욱 개방되었는데 물론 그 순간에 성스러워야 할 하나님의 성전을 장사치들의 소굴로 만들었다며 상점과 가판대를 때려 부수며 그 옛날 예루살렘 성전에서 기염을 토하던 예수님이 잠시 떠오르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자유주의가 좀 지나치게 창대해져 간 것일까요?

물론 모든 것이 동시에 자유분방해져 갔던 것만은 분명 아닙니다. 여름방학 동안 각종 부서별 활동을 마치고 각 부서장들이 대예배 광고시간에 결과보고를 할 때 회사일로 해외출장을 나간 부장 대신 여름 성경학교 결과보고를 하려던 어린이부 차장에게 '보고는 부장이 하는 것이요!'라며 전교인 수백 명 앞에서 성난 표정으로 질타하던 한 한인교회 담임목사의 일갈을 기억합니다.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려 자신을 버리는 파격을 보였지만 그 목사님은 아주 작은 형식의 파괴조차 용납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니 이젠 그 정도는 고개 끄덕여줄 포용력쯤 생겨났을지도 모르죠. 그 포용력 생긴 곳이 그 목사님의 마음이든아니면 당시 그 일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내 마음이든그 어느 쪽이든 말이죠.

 

많이 완화되고 개방되었다 해도 여전히 여기저기 강력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종교의 경직성은 타고난 본질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종교란 인간을 모든 속박으로부터 구원해 자유롭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소개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참담하고 패배적인 현실 속에서 정신승리를 허용해 줄 온갖 논리와 믿음을 선사하는 대가로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을 속박하려는 본질을 내재하고 있기 쉬운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구원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속박하며 옥죄어 오는 종교라면 최소한의 경직성과 그에 따른 엄숙함은 결코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개방된 교회가 점점 더 낮은 곳으로 임할 수록 그 본질적 특성과의 괴리감은 더욱 드러나 결국 숨길 수 없게 되는 법입니다.

 

예배가 시작될 때 또는 그 중간에 목사님은 예배당에 모인 신자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곤 합니다.

"옆사람과 인사하면서 이럴게 말합시다. 주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인사하세요. 지난 한 주 주님 은혜로 살았습니다."


요즘은 수만 명 모이는 대형교회의 목사든달동네나 섬 구석의 개척교회 목사든 목사라면 누구나 시전하고 있는 이 예배진행기법은 언젠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엄숙하고 진지하기만 하던 당시 분위기를 일신하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사람들은 아파트 같은 층 이웃들처럼 몇 년간 얼굴도 이름도 익히지 못했던 교회 옆자리의 사람들을 어색해하면서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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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젠 더 이상 참신하지도획기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교회에서나,어떤 목사들이나 모두 다 애용하는 이 기법에 오히려 거부감으로 치를 떠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꼭 엄숙주의 꼰대들이어서만은 아닙니다. 나 역시 언젠가부터 남이 시키는 데로 살지 않겠다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내 세대가 학교를 다닐 당시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강요했던 온갖 규정과 조례들이 창의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사람들을 육성하기보다는 저 높은 곳의 사람들이 시키는 데로 움직이는 순종적인 인간들을 양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가르침들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순종했던 사실을 뼈저리게 후회하던 와중에 옆사람에게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인사하라는 목사님 말씀에 반감을 느끼는 건 나 혼자뿐일까요사실 나 혼자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왜 꼭 그마저도 순종하면서 옆사람과 악수하며 시킨 대로 말해야 하는 걸까요?

 

나 송파구 오금동 사는 아무개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차라리 이게 낫지 않을까요이름도 모르던 옆사람에게 사랑한다느니주님 은혜로 살자느니 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보다 그 기회에 명함을 한 장 꺼내 들고 정식으로 수인사를 나누는 건 지극히 비교회적비신앙적인 일일까요?

 

일요일마다 와이셔츠 주머니에 굳이 말보로 담배곽을 끼워 넣고 교회당 문을 들어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미 나이 들고서도 그런 중2병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은 내가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고 신앙 깊은 사람이며 결코 흡연자일 리 없다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당에 들어설 때마다 난 그렇게 내가 흡연자라는 사실을 더욱 드러내 보이는 패기를 발휘했던 것이죠. 결국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넣지 않고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은 실제로 담배를 끊고 나서였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담배곽을 가슴주머니에 끼우고 성가대에서 노래 부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옆사람과의 인사는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의 말을 매번 목사님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어야만 합니다. 그건 맘에도 없는 말이니 진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집사님 교회 끝나고 한 잔 하시죠.

 

차라리 이런 솔직한 진심을 나누는 것이 진짜 신의 뜻인지도 모릅니다.

 

난 정말 종교가 인간들을 자유롭게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종교가 갖는 그 속박의 본질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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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이따 한 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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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쾌활님의 댓글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36.♡.79.140 작성일

"주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주 밖에서는 얘기가 다르지요."
(주 = 교회,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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