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가슴 찡한이야기.. 퍼온글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733)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감동 | 가슴 찡한이야기.. 퍼온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순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5.19) 작성일11-11-12 15:39 조회8,118회 댓글4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indoweb.org/love/bbs/tb.php/memo/31967

본문

48b83b86c13fc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ga-f-11.gif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1671F9484D60C1B4135370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2001BE504D7FDEB32C368F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20023A504D7FDEB22BE37C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115F1B0C49843A6D741853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ga-f-07.gif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0608dd25c313d4f960ef7d2ffe7905f4.gif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colordeco07.gif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165AAD2E4CCDFA8F77FB7A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156811420461.jpg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520sqe.jpg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5lz021.jpg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2zr2iyc.jpg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4d53dig.gif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mlqpg9.jpg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유심님의 댓글

유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0.♡.205.154 작성일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날을 아내를 아프게 했는지,
가슴을 울리는 글입니다.
제 생각엔 정말 첫째가 아내고, 둘째가 건강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oecd님의 댓글

oec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203.♡.61.178 작성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 진한 감동 여운! 건강 그리고 가정엔 언제나 사랑행복 가득 만들기를 모두에게 기원 !!!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41건 193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65 일상 퀴즈푸세요 댓글1 1500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12 4630
864 일상 자카르타 한양 슈퍼... 정말 실망이네요 댓글18 햇살한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21 7895
863 일상 우리는 필리핀과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 할수 있겠는가? 댓글3 바람개비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05 5748
862 일상 내가 생각하는진보 댓글4 monavieworl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16 3683
861 일상 많이 무서운 만화 - 놀라지 마시길 댓글4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24 7448
860 답변글 일상 왜?? 르바란 되면 이나라 사람들은 왜?? (전적인 개인생각입니다.) 댓글11 Jawafro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30 6825
859 일상 페르세우스 유성우(Perseid meteor shower) 댓글3 첨부파일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09 4753
858 일상 CREATIVE!! 댓글2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22 3636
857 일상 소주 불매운동 댓글20 Panoce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30 7115
856 일상 무슨 일인죠? 댓글5 경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05 5023
855 일상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0 가지 동물들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14 5591
854 일상 삭제 댓글4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18 4281
853 일상 스크린속 물체 질감 느낀다...'3D터치기술'개발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09 4399
852 일상 노키아 1020 스마트폰 인니 출시 하였나요? Jason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17 4391
851 일상 여성 속옷 광고?! 댓글3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01 4599
850 일상 문제풀이 댓글4 1500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08 5800
849 일상 족발 끝판왕 ㄷㄷㄷ 댓글11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23 4984
848 일상 삼성전자 세탁기 구매 후기... 댓글8 강호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10 5260
847 일상 '저격수'가 생각하는 교민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주적 5' 댓글11 저격수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20 4720
846 일상 도서 신간 소개 첨부파일 호래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27 3979
845 일상 CES 2014 | 주방의 하이테크 시대를 여는 스마트 가전 열전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12 4793
844 일상 여자 엉덩이 한번 건드렸다고 싸대기 17번을 때리냐 댓글4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28 7437
843 일상 일본이 만든 김연아 다큐 영상 (우호적)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10 3605
842 일상 강남 맞집 최가네버섯샤브칼국수 - 자카르타점 오픈 댓글20 첨부파일 W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20 11010
841 일상 자동차 보험 문의 드립니다. 댓글12 자카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27 5339
840 일상 이민국과 한국인 카르텔 - 유추, 혹은 비약, 그리고 의문 댓글7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06 5548
839 유머 주인이 물에 빠졌다고 생각한 개가 보인 반응 레클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8-20 2796
838 일상 소고기 부위별 영어 명칭 첨부파일 작은행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22 26959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