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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면허시험장 19번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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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9.22) 작성일13-12-06 12:57 조회6,248회 댓글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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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나 운전면허증 갱신하고 왔습니다.

매년 하는 일인데 또 체험인증 올리려는 건 아니고요. 19번 창구에서 있었던 일을 잠깐 말씀 드리려 합니다. 19번 창구는 외국인 면허연장 접수창구입니다.

 

"부꾸비루(Buku Biru – 푸른책) SKLD 제출하세요."

 

19번 창구 여경이 딱딱거리며 요구하는 이 서류들은 지난 십수년간 면허연장하면서 한번도 제출한 적이 없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올해부터 발급된 끼따스(KITAS – 외국인 임시체류허가증) 싸이즈가 꿈에도 그리던 신용카드 크기로 작아지면서 이민국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을 코드들이 들어앉았는데 전 같으면 기재되어 있을 소속회사, 직책, 거주지 주소 등이 홀라당 빠져있다는 거였어요. 함께 제출한 여권사본에도 주소는 적혀있지 않았으니 다른 증명서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SKLD는 기본적으로 경찰서 등록서류이니 요구할 수도 있다 보지만 부꾸비루(Buku Biru)는 이민국 전용서류인데 면허시험장에서 왜 요구하는 걸까요?

 

"거기 반납한 면허증에 주소 기재되어 있잖아요?"

"이 주소가 지난 1년간 변경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잖아요?"

"아니, 그 증거가 부꾸비루나SKLD에는 있단 말이요?"

 

이사하지 않았다는 소재증명을 실제로 요구하는 것일 리 없습니다. 까따스 말고는 여권도 잘 들고다니지 않는데 에스까엘데에 부꾸비루까지 갖고 다닐 사람들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여경은 같은 방법으로 바로 내 앞의 두 중국인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일인당 17만 루피아씩을 뜯어냈고 나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려는 것뿐이었어요. 기가 막히고 열불이 올랐습니다.

 

"봐요. 이 한국사람이 끼따스를 디자인 했겠어요? 아님 내가 끼따스를 그렇게 만들었겠어요? 이민국에서 만들어준 끼따스가 그렇게 생겨 먹었는데 왜 그 책임을 외국인 개인이 져야 돼요?"

 

내 뒤에서 이를 보다못한 내 필드캡틴 메이가 창구에 고개를 디밀고 따져 물었습니다. 오늘따라 이 친구는 어디서 났는지 굵은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신청서에 적은 주소를 못믿는다 치더라도 그 작년면허증은 여기서 만들어준 건데 거기 적힌 주소도 못믿겠다면 경찰이 경찰을 못믿는단 말 아니에요? 결국 경찰들끼리 서로 못믿는 모양인데 그 상황을 왜 외국인이 책임져야 하냐구요?"

 

오늘 면허증 만들기 다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찰한테 그렇게 꼬치꼬치 대들면 오히려 덤터기 쓰기 십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메이를 위아래로 훑어본 여경은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얘기합니다.

 

"그럼 오늘은 그냥 접수받을 테니 내년에 연장할 때는 부꾸비루랑 SKLD 꼭 가져오세요. 그리고...여기 기부금 내는 거 알고 있죠?"

 

사실 19번 창구의 또다른 기능은 외국인에게 돈을 뜯는 것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그 창구에 돈을 낼 하등의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는한 19번 창구에서 돈을 요구하는건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관행이었으므로 나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9만 루피아 낼 준비를 이미 해놓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메이가 눈치를 주며 돈을 내려는 날 만류합니다.

 

"무슨 숨방안요? 난 매년 연장하면서 돈 달라는 얘기 처음 듣네요?"

 

여경 얼굴이 잠깐 찌푸려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마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군요.

 

"그렇군요. 괜찮아요. 숨방 안하셔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난 메이가 면허시험장에서 그 정도로 힘을 쓸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몇년 전에도 한번 19번 창구에 돈을 주지 않았다가 면허증 받는 게 반나절 이상 걸리기도 했던 일이 있어 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인데 24번 창구에서 지문날인, 서명, 사진찍고 곧 새 면허증 발급받는 모든 과정이 의외로 더욱 순조롭고 빨랐습니다.

 

"너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메이는 어깨를 들썩하며 난 아무 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예전 미용전시회장에 갔을 때나 보사부 식약청에서 제품등록절차를 문의할 때에도 그쪽 사람들이 메이를 신문사 기자라고 오인했던 일이 있었어요. 늘 하고 다니는 톰보이 복장에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메이의 모습이 아닌게아니라 수더분한 현장 르뽀기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어요. 19번 창구의 여경은 메이를 기자로 착각했던 것이 틀림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공직사회 특히 경찰들의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일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돈을 뜯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는 경찰관은 본 적이 없습니다. 돈없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며 길가에서 센터까는모습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요. 버스웨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강력한 범칙금 정책을 발표한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의 결정은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도로현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교통경찰들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또하나의 호재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그날 난 신체검사비와 은행에 낸 정식 면허연장수수료로 총 105천 루피아를 주고 면허증을 갱신했지만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어요. 더욱이 같은 날 분실한 오토바이 면허증을 재발급받으려 같이 면허시험장에 간 우리 남자직원이 필기시험을 볼 때 감독관이 합격시켜주는 조건으로 50만 루피아를 요구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실망스웠어요. 그 남자직원은 그만한 돈이 없었고 결국 그날 필기시험에 떨어져 2주 후 재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재는 대충 민중의 십자가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 특히 그중에서도 시민들과의 접촉이 가장 많은 교통경찰들은 면허시험장을 비롯하여 전국도로 곳곳에서 자신들의 부패상을 그렇게나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서 법질서를 준수하는 선진시민의식을 인도네시아에서 기대한다는 것은 실로 연목구어. 불가능한 일이라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빈민들 대부분은 큰 부자가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사업을 일구기보다는 경찰이나 군인을 비롯한 공무원이 되려하는 것은 공직에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돈 벌기 쉬운, 또는 돈 뜯기 쉬운 입지라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죠.

 

아무튼 면허시험장 19번 창구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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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리온님의 댓글

오리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4.♡.21.210 작성일

아는사람만 아는 19번 방의 비밀..

작년에 신입남직원이 이 비용을 요구치 않아 깜짝놀랫던 일인..

beautician님의 댓글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20.♡.0.130 작성일

스맛폰으로 썼더니 오타 쩌네요.
폰으론 수정이 쉽지 않아 오늘 밤에나 수정하겠사오니 양해해 주세요.

자카돌이님의 댓글

자카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8.♡.122.36 작성일

음....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전 그렇게 따질려면 너무 쑥쓰러우니.... 저한테 요청하면 멈칫멈칫 하다가 주머니에서 빼줘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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