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675)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감동 |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데미그라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254.42) 작성일09-02-10 12:28 조회4,790회 댓글3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indoweb.org/love/bbs/tb.php/memo/29530

본문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상업적인것만 추구하는 작금의 한국 연예계에서
남을 너무 배려하고, 남의 말을 너무 경청하고,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김제동의 스타일은  
현재의 연예계에서는 맞지 않는다하여 많은 프로그램에서 짤렸다고 하는데...
그래도 전 아직까지 김제동의 마음을 울리는 말과 글이 좋습니다..
비록 방송에서는 못보지만, 간간히 그에게서 나오는 좋은 글들은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아래글은 산에 관해 김제동이 쓴 글인데, 편안하게 읽어보세요..

자카르타에는 근처 편안하게 오를만한 산이 없다는게 답답합니다..
삶에 지칠때면 가끔 산을 오르며, 나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주위를 돌아볼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도 하고,
가끔 흐트러져있는 제 자신을 채찍질 하기도 하고,
마음을 정리하고도 하며, 또 뭔가 새롭게 시작할때 용기를 얻기도 하는 곳이거든요..

=======================================================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 예전 같으면 산을 타는 중이라고 했겠지만 이제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한 형님이 그러셨거든요. 산이 너보다 나이가 얼마나 많은데 감히 탄다는 말을 하느냐고. 할머니의 등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등에 업히는 것이듯 산도 그러는 거라고요.
그 말을 떠올리며 입구부터 한 걸음씩 내디뎌 봅니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출발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이 차가운 아침에도 산을 찾은 사람은 꽤 많습니다. 부스럭부스럭 등산복 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습니다. 앞을 올려다보니 빨간색 등산복이 점점이 꾸물거리며 올라가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가끔 저를 알아보시는 분이 있어 악수를 청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속도를 늦추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급할 것은 더더욱 없지요. 산은 언제나 등을 내주며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니까요.

사람을 보고 나무를 보고 나무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습니다. 걷다 보면 수없이 많은 잡념이 떠올랐다가 또 한참을 걷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며 머리가 텅 비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올랐을까, 정상에 어느 정도 가까웠는지 늘 그렇듯 간간이 주저앉아 쉬는 사람이 보입니다. 물을 마시기도 하고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기도 하는 얼굴이 매우 지쳐 보이기보다는 한편 밝아 보여 다행스럽습니다.

한 번쯤 여유롭게 쉬어 가는 일은 원래는 참 좋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는 길 끝을 향해 달리기만 하느라 한 번 쉬어 가도 좋을 길을 죽을 듯이 달리지요. 끝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느라 가는 길에 있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때가 많고요.

정상 향한 달리기는 이제 그만

정상을 향해 허덕이느라 이 많은 나무와 신선한 공기를 외면한다면 등산이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가족과는 멀어졌던 우리 아버지들처럼, 그런 슬픈 달리기를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산에서 내려오는 길. 모든 일이 그렇지만 등산에서도 빨리 오르기보다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오는 일이 더 중요함을 알기에 굳이 한 번 나무에 기대어 쉬어 줍니다. 잠시 내 몸을 기대게 해준 것이 고마워 비탈에 서 있는 나무를 슬그머니 안아도 봅니다. 아침 해의 기운이 묻어서인지 앙상해 보였던 나무에서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나무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무를 실제로 안아보는 일은 처음입니다. 살아 있는 나무가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다가가 안아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거지요. 나무는 자기가 움직여 다가올 수 없으니까요.
산에서는 이렇게 작은 것으로부터 많은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그 비탈에 서 있을 나무와 헤어져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것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처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것, 몸이 불편해서, 수줍어서, 잘못한 것이 있어서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몇몇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가끔 35년이나 잘 살아온 이 세상이 온통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만 이상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지요. 어느 시인은 사람 사이에 섬이 있고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바다보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익숙한 저에겐 사람이 작은 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서로 이어져 있지 않은 채 드문드문 세상에 박혀 있는 점 말입니다.

내가 어젯밤 어떤 시를 읽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술도 안 마셨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작년에 얼마를 벌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솔직하다고 하지요.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 남자가 목표도 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몇 살까지 몇억 원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하지요.

세상을 향해 손 내밀 용기 생겨

시보다 돈을 이야기하라고 강요하는, 꿈보다 욕심을, 하늘의 별보다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좋아하는 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면 저는 종종 산의 등에 업히러 갑니다. 산에 업히고 산에서 생각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이 좋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기에는 너무 사소하지만 많은 생각과 많은 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다시 세상을 향해 친하게 손 내밀 용기가 생깁니다. 점처럼 서로 떨어져 사는 사람 사이를 선으로 잇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산꼭대기라는 점 하나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르고 내리는 선을 타고 걷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 김제동 방송인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청아님의 댓글

청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21.♡.48.181 작성일

저도 내일부터 거의 일주일 내내 매일 산에 오릅니다...
물욕으로 비롯된 몸의 병을 산의 에너지를 통해 고치러...
저도 산에 오르면서 엄마와 많은 대화를 해야겠습니다...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7,164건 129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580 일상 첫인사 댓글1 마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18 4788
3579 일상 찌까랑 메도그린 사모님!! 침대 주문하신.... 댓글3 삼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31 4789
3578 감동 하루를 사는데 꼭 필요한 행동 지침들 댓글3 20000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27 4789
3577 감동 아침고요수목원 다녀 왔습니다. ㅋㅋ 댓글4 첨부파일 JUD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26 4790
3576 유머 충격 예쁜 여고생이 향하는 곳은? 문희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3-12 4790
3575 감동 제목없음 교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11 4791
3574 일상 남자와 여자 댓글8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05 4791
열람중 감동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댓글3 데미그라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2-10 4791
3572 감동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진 다리 잔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17 4792
3571 유머 하상욱 시집 맛집 하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04 4792
3570 일상 웃음만 나오지요 ㅋ 댓글1 stabil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20 4792
3569 기타 배 쏙 들어가는 7가지 비결 댓글4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7-08 4793
3568 일상 롯데백화점 Bright Spot 댓글2 첨부파일 lott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09 4795
3567 일상 CES 2014 | 주방의 하이테크 시대를 여는 스마트 가전 열전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12 4795
3566 일상 인터넷 논쟁 패턴 인도웹도 그럴까요 ?? ㅋㅋ 댓글5 salsaki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05 4798
3565 일상 카풀을 찾습니다.(찔레곤 Matahari mall 출발) 댓글2 레몬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4-22 4798
3564 기타 신종불루,싸스등 온역의 특효예방약공개 스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1-11 4799
3563 유머 이런여자랑 결혼하면 젖망함. 댓글2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30 4799
3562 일상 인니에서 살면서 입맛이 없을때.. 댓글11 고구마구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19 4799
3561 감동 한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 댓글4 nal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2-07 4799
3560 일상 가격좋고 깨끗한 방2 아파트 정보 댓글2 강호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01 4799
3559 일상 동지의 유래와 동지죽의 의미 댓글2 첨부파일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22 4799
3558 감동 안촐 씨월드 댓글3 헉스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2-02 4800
3557 감동 로마에 다녀와서 댓글2 첨부파일 지구촌나그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0-05 4800
3556 일상 주말의 명화 - 수10편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09 4800
3555 답변글 일상 그게 좋아할 일입니까? 댓글6 Jawafro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09 4802
3554 기타 ● Indo Defence 2022 함께 참가 하실분 찼습니다 20… 첨부파일 Awan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9-08 4802
3553 감동 정말 감동이에요 진타이타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18 4802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