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면허시험장 19번 창구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889)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면허시험장 19번 창구

페이지 정보

작성자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9.22) 작성일13-12-06 12:57 조회6,172회 댓글9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44034

본문

 

1년이 지나 운전면허증 갱신하고 왔습니다.

매년 하는 일인데 또 체험인증 올리려는 건 아니고요. 19번 창구에서 있었던 일을 잠깐 말씀 드리려 합니다. 19번 창구는 외국인 면허연장 접수창구입니다.

 

"부꾸비루(Buku Biru – 푸른책) SKLD 제출하세요."

 

19번 창구 여경이 딱딱거리며 요구하는 이 서류들은 지난 십수년간 면허연장하면서 한번도 제출한 적이 없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올해부터 발급된 끼따스(KITAS – 외국인 임시체류허가증) 싸이즈가 꿈에도 그리던 신용카드 크기로 작아지면서 이민국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을 코드들이 들어앉았는데 전 같으면 기재되어 있을 소속회사, 직책, 거주지 주소 등이 홀라당 빠져있다는 거였어요. 함께 제출한 여권사본에도 주소는 적혀있지 않았으니 다른 증명서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SKLD는 기본적으로 경찰서 등록서류이니 요구할 수도 있다 보지만 부꾸비루(Buku Biru)는 이민국 전용서류인데 면허시험장에서 왜 요구하는 걸까요?

 

"거기 반납한 면허증에 주소 기재되어 있잖아요?"

"이 주소가 지난 1년간 변경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잖아요?"

"아니, 그 증거가 부꾸비루나SKLD에는 있단 말이요?"

 

이사하지 않았다는 소재증명을 실제로 요구하는 것일 리 없습니다. 까따스 말고는 여권도 잘 들고다니지 않는데 에스까엘데에 부꾸비루까지 갖고 다닐 사람들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여경은 같은 방법으로 바로 내 앞의 두 중국인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일인당 17만 루피아씩을 뜯어냈고 나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려는 것뿐이었어요. 기가 막히고 열불이 올랐습니다.

 

"봐요. 이 한국사람이 끼따스를 디자인 했겠어요? 아님 내가 끼따스를 그렇게 만들었겠어요? 이민국에서 만들어준 끼따스가 그렇게 생겨 먹었는데 왜 그 책임을 외국인 개인이 져야 돼요?"

 

내 뒤에서 이를 보다못한 내 필드캡틴 메이가 창구에 고개를 디밀고 따져 물었습니다. 오늘따라 이 친구는 어디서 났는지 굵은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신청서에 적은 주소를 못믿는다 치더라도 그 작년면허증은 여기서 만들어준 건데 거기 적힌 주소도 못믿겠다면 경찰이 경찰을 못믿는단 말 아니에요? 결국 경찰들끼리 서로 못믿는 모양인데 그 상황을 왜 외국인이 책임져야 하냐구요?"

 

오늘 면허증 만들기 다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찰한테 그렇게 꼬치꼬치 대들면 오히려 덤터기 쓰기 십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메이를 위아래로 훑어본 여경은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얘기합니다.

 

"그럼 오늘은 그냥 접수받을 테니 내년에 연장할 때는 부꾸비루랑 SKLD 꼭 가져오세요. 그리고...여기 기부금 내는 거 알고 있죠?"

 

사실 19번 창구의 또다른 기능은 외국인에게 돈을 뜯는 것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그 창구에 돈을 낼 하등의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는한 19번 창구에서 돈을 요구하는건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관행이었으므로 나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9만 루피아 낼 준비를 이미 해놓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메이가 눈치를 주며 돈을 내려는 날 만류합니다.

 

"무슨 숨방안요? 난 매년 연장하면서 돈 달라는 얘기 처음 듣네요?"

 

여경 얼굴이 잠깐 찌푸려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마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군요.

 

"그렇군요. 괜찮아요. 숨방 안하셔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난 메이가 면허시험장에서 그 정도로 힘을 쓸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몇년 전에도 한번 19번 창구에 돈을 주지 않았다가 면허증 받는 게 반나절 이상 걸리기도 했던 일이 있어 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인데 24번 창구에서 지문날인, 서명, 사진찍고 곧 새 면허증 발급받는 모든 과정이 의외로 더욱 순조롭고 빨랐습니다.

 

"너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메이는 어깨를 들썩하며 난 아무 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예전 미용전시회장에 갔을 때나 보사부 식약청에서 제품등록절차를 문의할 때에도 그쪽 사람들이 메이를 신문사 기자라고 오인했던 일이 있었어요. 늘 하고 다니는 톰보이 복장에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메이의 모습이 아닌게아니라 수더분한 현장 르뽀기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어요. 19번 창구의 여경은 메이를 기자로 착각했던 것이 틀림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공직사회 특히 경찰들의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일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돈을 뜯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는 경찰관은 본 적이 없습니다. 돈없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며 길가에서 센터까는모습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요. 버스웨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강력한 범칙금 정책을 발표한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의 결정은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도로현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교통경찰들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또하나의 호재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그날 난 신체검사비와 은행에 낸 정식 면허연장수수료로 총 105천 루피아를 주고 면허증을 갱신했지만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어요. 더욱이 같은 날 분실한 오토바이 면허증을 재발급받으려 같이 면허시험장에 간 우리 남자직원이 필기시험을 볼 때 감독관이 합격시켜주는 조건으로 50만 루피아를 요구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실망스웠어요. 그 남자직원은 그만한 돈이 없었고 결국 그날 필기시험에 떨어져 2주 후 재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재는 대충 민중의 십자가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 특히 그중에서도 시민들과의 접촉이 가장 많은 교통경찰들은 면허시험장을 비롯하여 전국도로 곳곳에서 자신들의 부패상을 그렇게나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서 법질서를 준수하는 선진시민의식을 인도네시아에서 기대한다는 것은 실로 연목구어. 불가능한 일이라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빈민들 대부분은 큰 부자가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사업을 일구기보다는 경찰이나 군인을 비롯한 공무원이 되려하는 것은 공직에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돈 벌기 쉬운, 또는 돈 뜯기 쉬운 입지라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죠.

 

아무튼 면허시험장 19번 창구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3. 12. 5.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오리온님의 댓글

오리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4.♡.21.210 작성일

아는사람만 아는 19번 방의 비밀..

작년에 신입남직원이 이 비용을 요구치 않아 깜짝놀랫던 일인..

beautician님의 댓글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20.♡.0.130 작성일

스맛폰으로 썼더니 오타 쩌네요.
폰으론 수정이 쉽지 않아 오늘 밤에나 수정하겠사오니 양해해 주세요.

자카돌이님의 댓글

자카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8.♡.122.36 작성일

음....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전 그렇게 따질려면 너무 쑥쓰러우니.... 저한테 요청하면 멈칫멈칫 하다가 주머니에서 빼줘야 겠네요..^^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512건 11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2 일상 로즈마리 사우나가 문닫는데요~ 유일한 낙이었는데 흑 ㅠ 댓글4 발리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14 5357
231 일상 에프터눈티가 먹고싶어요... pingk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22 4217
230 일상 전자제품 이사세일 ( 마사지체어,XBOX KINECT, LCD 모니터… 댓글4 첨부파일 wat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01 6183
229 일상 새로운 게시판을 제안합니다 댓글2 선한마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21 3663
228 일상 자카르타 성당 댓글3 MCtheS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07 4673
227 일상 포인트어떻게 적립하나요 댓글1 정이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18 4471
226 기타 (상담)인니로 이민을 계획중입니다. 댓글4 이민계획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6-16 35979
225 일상 크바요란 매매나 렌트하고 싶습니다 알리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4-03 13310
224 일상 좀 더 다채로운 세상을 향하여 댓글10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1-06 6435
223 일상 심심하신 20~30대 초반분들 친목모임해요 댓글22 자카외노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2-22 10010
222 기타 사회∙종교 | 인도네시아 불법 휴대폰 단속 강화…내달 관련 규정 발효 makrosan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7-27 14654
221 노하우/팁 이 닦아도 계속 나는 입냄새, 원인은 의외의 곳에… [기사] 독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1-13 4351
220 기타 동래고-재인니 동문회 댓글3 San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7-03 4312
219 기타 세종한국문화원 한국어 교사 자원 봉사 모집 안내 세종한국문화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3-21 3074
218 일상 인니어 공부 모임~ 댓글6 모운소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2-26 3518
217 기타 업종변경차 슈퍼물품 정리합니다..[사진 첨부합니다] 댓글16 첨부파일 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0-14 12321
216 일상 찔레곤지역문의 댓글8 heojy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9-04 11310
215 기타 르바란 기간중 오토바이로 잘란잘란 같이 하실분 댓글6 바이크몰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6-21 5163
214 노하우/팁 [정보]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초청 세미나 in Jakarta 첨부파일 오니주카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11 3119
213 일상 좋아요2 교. 댓글4 Bucketlis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3-02 5840
212 일상 영어과외 선생님 구합니다 댓글3 제임스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13 3643
211 기타 장티푸스 오진/진단 남발에 주의하세요!! 댓글9 바하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21 5492
210 일상 자카르타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 (2) 댓글2 권토중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29 8728
209 일상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킹 모임 인터네이션에 한국인 그룹이 추가됐네요 taehwu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26 6658
208 일상 대한항공에 두번 배신당한 느낌(당하는 내가 바보인가??) 댓글5 무대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01 11666
207 일상 롯데마트에서 Panasonic AC구매 후.. 댓글12 capjj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13 7537
206 일상 발리 맛사지샵 후기// 공항 3분거리 호텔 내 맛사지샵, 비행기 시간… 댓글5 순한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03 6880
205 일상 K-TV 시청 불가및 품질 불량 문제 식장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05 4259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