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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선상의 작은 행복 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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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사나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166.82) 작성일11-02-18 06:54 조회5,1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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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의 작은 행복 과 슬픔


하늘은 저녁노을로 물들고 일본근해 하오의 太陽은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 있었다

조금도 동공에 자극을 주지 않는

마치 유치부 꼬마화가들이 도화지 위에다 표현하는

빨갛고 동그란 태양 그대로이다

그 주위로 점점 짙어가는 석양은 마치 적갈색 프라이머로 페인팅 해놓은 듯한 장관이

아무리 필설로 미사여구를 주워 모아 형용한다고 해도 부족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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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은 동으로 동으로 미련없이 쾌주하는 가운데

벌써 일본 영해로 진입하고 있었다

마중을 나왔는가 "끼익끼익"하며 몰려온 갈매기들이 본선의 위를 빙빙

돌다가 급강하했다가

쏜살같이 치솟아 오르는게 흡사 비행연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마냥 신비스럽다

노련하고 유연한 그들의 팔다리며 불그스럼한 부리

그리고 그들의 체구는 파상적으로 읽을수 있지만

진정 그 속에 숨어있는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의문이 쳐다볼수록 짙어지고

이해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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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휴일 아침을 여는

나이 어린 소녀가 부르는 감미로운 깐소네 음악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담 밑에 석류 익는 박꽃 피는 내고향 " 하면서 동요를 흥얼거리고 있다

침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스물 다섯명의 인파속에 뛰어들고파

휴게실 쪽으로 내려가니 복도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선내를 꽉 메우는 듯 하다


책이라면 죽고 못 살고 문학을 좋아한다는 2항사는

"이 다음에 배를 그만 두더라도 지방정도는 쓸 줄 알아야지 " 하며

옥편을 내 놓고 한자 공부를 하고 있는가하면

둥실둥실한 1타수의 방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리바이벌한 "마이웨이"의 폭넓은 성량이

창문 틈새로 새어나온다

조용한 성격에다 음악에 밝은 2타수의 방에서는

제목 모를 샹송에 이어 차중락이 다시 부른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의 감성적인 멜로디가 복도 구석구석 깔리며

내가슴 깊숙이 그 가사가 파고드는 듯하다

그야말로 건강하고 여유있는 미래지향적인 하루의 시작이었다

v0937.jpg


풍부한 소재

끝없이 광활한 푸른사막의 낭만과 시심을 먹고사는 그들은

백구의 여유를 닮은 시인이었다

그동안 본선은 퇴근길 러시아워의 초만원 짐짝들을 주차장 마다 실어 나르는 버스처럼

쉴새없이 달린 끝에 목적항인 파나마 발보아항을 3일로 입항 단축하며 달려왔다

 
어머님 !

내일 모래면 긴 여로의 피로를 풀면서 흙 냄새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삶을 배우고 인생을 다듬기에 너무나 분주했던 하루였습니다

매일 아침 기도하시는 어머님의 주님 찬양 앞에

저도 모르게 때론 두 손을 모으기도 하고

자식사랑 그 덕분에 저는 이렇게 편지를 쓰며 그윽하고 은은한 묵향에 취해서 붓을 드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님!

저는 아직 이 푸른 해원과 아득한 심해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렇게 유연하게 날고 있는 갈매기의 꿈도 진정 이해 못하는 철부지입니다

어머님께 큰절을 올리는 그날까지 계속 자식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요

어머님!

여긴 열대어 노니는 검둥이들의 나라이지만

어머님 계시는 그곳은 날씨가 꽤 쌀쌀한 겨울 저녁인것 같습니다

이럴때면 항상 생각나는 것은 입천장을 익히는

어머님이 끓여주시던 뜨끈뜨끈한 김칫국과 슝늉입니다

그것들을 그리워하고

어머님과의 별거는 전생의 무슨 죄인가요 숙명인가요 ?

어머님!

그러나 결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추운겨울이 올라치면 항상 생각나는 말

"첫 추위에 떨면 살 안 붙는다고 하니라

"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이 내 곁을 다라 다니는 것같고

뚜껍게 포개 입을 옷가지를 걱정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가곤 합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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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걸렸다 !"

3항사의 희망적인 고함소리에 와르르 그 쪽으로 몰려든다

꽁치 몸뚱아리를 싹뚝 잘라 큼지막하게 밑밥으로 달아서

장난삼아 달아서 던져 놓았던 낚시에 대어가 걸린 모양이다

12 ~ 3 노트 속력과 백여 m나 되는 낚시줄에 시린 장력은 실로 크다

"가만히 놔둬 !"

"저리 비켜요 !"

기어코 혼자 그것을 들어올리겠다는 3항사의 고집에 모두들 숨을 죽인다

 
수분이 지난후에 드디어 목하 수면상에서 "퍼드득"하면서 살며시 갈리는 어둠속에서

무엇이 나타났다 숨었다 하고 있다

드디어 다리통만한 검푸른 상어새끼가 갑판상에 내동댕이쳐지고는 오랫동안의 사투끝에

안도의 숨을 쉬는것 같다

제비처럼 날렵한 몸집과 번들번들한 피부에다 공포감을 주는 그놈의 이빨 !

어제저녁에도 한마리 잡아서 즉석회를 만들어 먹은 같은 종류의

맛이 쫄깃쫄깃한 그 고기였다


"이놈 ! 낮에 실컷 먹었으면 됐지 한가하게 유영하다가 왕고기가 나타났다고 콱 !했다가

도로 우리들에게 왕고기가 된 셈이로구나 "

떠들고 있는 가운데 분주한 소리에 뛰어나왔다는 1기사가

"아이고 !"어제 저녁에 오랫만에 먹은 싱싱한 회 때문이었는지 밤새 사타구니에 고것(?)이

죽을 줄을 몰라 혼났네 ! 하며 폭소를 자아내는 바람에

이빨 잘 까기로 유명한 기관부 1기원이 뒤질쎄라 "와 ! 그러면 지난밤에 혼났겠구먼" 하는

그들의 말에 멈출줄 모르는 웃음을 뒤로 하고

또 하나의 값진 하루를 접는다


매일 대하는 스물다섯명의 남자들 얼굴

이런것이 선상생활의 작은 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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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상의 작은 행복 >

닻줄을 감으면

닻줄을 따라 올라오는 살아온 날들의 행복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이로 정확히짚어내는 바다는

내 언손을 뜨겁게 감싸쥐고

동트는 섬 하나로

새롭게 눈을 뜨는 신비스런 경험을 하게 한다

잠시 혼미한 굴레 속에서 방황했던

내 부끄러운 흔적을 날려버리고

가슴속 크고 넉넉한 물길 이루어

아득한 세월 저편으로 어우러지게 하는

이 겨울 저 바다의 뚜렷한 음성은

내가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상을 향해

뜨거운 목숨의 해류가 되어

흐르게 하기도 하고

여기 선상의 작은 행복을 나꾸며

나의 항해일지를 추억여행속에 그려본다 --------------

 

                                신영수  ( 바다사나이)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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