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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FUR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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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V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5-15 12:57 조회1,98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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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ain은 어장도를 펼쳐놓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물때를 계산해가며 물밑을 투시해 사력을 다하여 머리를 짜냈고 어떤 감을 잡았음인지 한나절을 항해하여 투망을 하더니 10분만에 감아 돌리기를 두 차례 하다가 양망을 하였다.

 

선미에 허연 물줄기가 보였다, 경험상 그것은 BINGO의 전조현상이다.

한방 제대로 뜨면 우리는 그걸BINGO로 표현 하였는데 이 표현을 제일먼저 쓴 사람들은 다름아닌 선원들의 천국이라 불리던 북 아프리카 카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에 지지를 두고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서 조업하면서 입항 시 스파뇰 마피아들이 운영하던 빙고장을 드나들던 선배들 이었다.  심심찮게 굵직한 BINGO를 터트리기도 했었던 선배들은 바다에서 한방 제대로 뜨면 그걸 같다 붙이기 시작 했는데 5대양의 수산인 들이 아직도 쓰고 있다.

잡어 같으면 부력이 약하여 뜨질 못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며 가까이 당겨보니 조기가 분명했다.

골든 사이즈인 2L,L이 누런 빛을 발하며 올라 오는데 아직 살아서 개구리 울음 비슷한 소리를 동반 하였다.  물속에 있던 조기들이 갑자기 뱃전에 끌려 올라 오면 수압 차에 의하여 부레가 조기 입으로 튀어 나오면서 생을 마감하는 고통에 겨운 마지막 비명이 질러지는 것인데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왕 조현의 손 끗에서 울려 나오는 비파소리와도 같았다.

 

갑자기 선내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 선원이 휴식 없이 처리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최대한 빨리 급속 냉동고에 입고를 하여야 선도가 좋아져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양고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좋아서 기꺼이 수면시간을 할애 했다.

선내는 어제의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눈앞에 펼쳐진 돈의 향연에 취하여 각자의 삶을 찾아 바삐 움직이는 인간군상들로 바글거리게 있었다.

장시간에 걸친 처리작업이 끝을 보일 무렵  재 양망을 하였고 또 다시 둥둥 떠서 허연 물거품을 만들어 내는 광경에 황홀하게 도취되어 꿀맛 같은 담배를 폐 속 깊이 들이 마셨다. 역시 담배는 뭔가를 해낸 후 피울 때  제일 맛있다.

어느덧 동쪽에서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르며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서의 일몰 장면 보다 더 아름답고 찐한 색상 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식당에서 흘러 나오는 구수한 밥 냄새가 바람을 타고 와 코끝에 전해졌다. 한 순간 엄청난 허기가 느껴졌다. 밥 냄새가 구수 하다고 느껴 지기는 실로 오랜 만 이었다.

 

당시만 해도 ARAFURA는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1월부터 8월 까지 정확히 12시간 씩 교대로 잔잔하다가 꼴랑 거리기를 반복 해댔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시간이 정확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의 신비 그 자체였다.

우리는 잔잔한 시간에 맞춰 운반선에 접선하여 어획물 전재와 유류를 포함한 보급품을 보급 받았다.

보급품 중에는 개인 탁송품이 있었는데 집에서 보내온 것으로 편지도 같이 왔다.

집에서는 좋은 소식도 왔지만 원하지 않는 소식도 보내져 왔다.

탈선한 자식 소식,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해야 하는 딸, 교통사고, 사기 등등

그 중 에서도 제일 심각하면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사건은 배우자의 불륜 사건 이었다.

 

어쩔 수 없는 외항선 선원의 운명인가.?

 

부랴부랴 귀국을 해 보지만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후여서  대부분이 배신의 충격에 휩싸여  술독에 빠져 어둔 새벽 자갈치 시장 한 모퉁이나  자갈치 지하철역 계단에 쓰러져 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늦은 밤 영도대교 중간에서 난간을 부여잡고 통곡을 하기도 하였다.

 

가족의 미래를 위하여 외항선을 타러 갔지만 믿었던 배우자에 의하여 되려 미래를 갈아 먹힌 것이다...

 

한 나이든 모 선박의 기관장은 편지를 받자마자 충격으로 염산을 마시고 자살을 했고 어떤 선원은  AMBON의 한 허름한 여관에서 목을 매 생을 마감 하기도 했으며 혹은  작업 중인 선박에서  뛰어 내리기도 하였다.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하여 어장에서 작업도중 또는 입항만 하면 문제를 일으켰다.그래서 그들에게는 조업 중 철저한  금주령이 내려져 억지로 사고를 예방 할 수 있었으나 입항 해서는 그 금주령이 효력을 상실하곤 하였다.

 

그 중에는 정도가 심하여 인니인 선원들에게 집단린치를 당하여 심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자도 있었고 폭력을 휘두르다 여자들(대부분 술집 여자 이거나 창녀)에게 고발 당하여 경찰서에 끌려가 고생고생 하다가 기지장이 보증을 서고 합의금을 대주어 간신히 빠져 나와 귀국 하거나 어장으로 향하는 경우도 빈번 하였다.

 

물론 모든 경비는 나중에 본인이 변제 하여야 하는데 그 액수가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술이 깨면 그렇게 공손하고 예의 바를 수가 없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시키지 않은 맹세를 남발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정확히 망각하고 마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때 그런걸 보면서 가정을 꾸리면 절대 배를 타면 안된 다는 것을 깨닫고 결혼을 늦추게 되었다. 물론 당시 딱히 정해진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었었다.

 ''''

 

 

외항선 선원들은  다양한 원인들과 더불어 불구가 되거나 생을 마감 하였다.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의 투양망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잘못하면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은 물론이고 복강궁 활 시위처럼 팽팽히 당겨진 굵은 와이어가 터지기라도 하면 그 옆에 있던 선원은 절명 하거나 하체가 절단 되거나 운이 좋더라도 손가락 몇 개는 날려 보내야 한다.

날이 좋아도 매 투양망 순간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물이 딸려 나가는 순간 속도와 파워는 엄청나다. 한 순간 멍 때렸다가는 그물코나 가시가 돋아있는 와이어 어딘가에 걸려 딸려 나가기 마련인데 그랬다가는 살아 돌아 오기가 아주 힘들어진다. 

또한 그물이나 로프에 걸린 스크류를 풀기 위해 잠수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거나 조류에 휩쓸려 가는 등 예기치 못한 형태의 사고들이 선원들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선원들의 위험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앞에 언급했던 매머드 가오리의 꼬리에 붙어있는 침 역시 수시로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한번은 오른팔 손목에서부터 팔을 따라 20cm가량 깊숙이 그 침이 박힌 선원이 있었는데 어찌나 단단하고 깊숙이 박혔는지 피한방울 흘러 나오지 않았다.

역으로 양날에 촘촘히 나있는 톱날로 인하여 뽑을 수도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영낙 없이 인디언 아파치족 화살 맞은 기병대원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 이라면   그대로 쑤셔 밀어 박아 팔꿈치 언저리에서 빼내는 수 밖에 없어 보여 그렇게 할 테니 참을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차라리 죽여 달라는 선원을 보며 나는 막막하여 속이 쩍쩍 타 들어갔다.

그렇다고 어장에서 병원을 찾아 입항을 할 수 있는 사정도 되질 못했다. 어림잡아 6일은 소요 되는데 그 시간은 선박에도 너무나 소중 하였지만 입항을 요청 하여도 부산 본사에서 허락하지 안으리라 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본사책상에 앉아있는 그들에게 선원은 늘 소모품에 불과했다!

이런 사고를 대비한 국가의 안배가 있다. 바로 위생사 교육이다!

맹장수술 까지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의료지식과 산토끼를 마취시켜 배를 가르고 봉합하는 교육을 부산의 용당에서 받았었던 나는 선박에 비치되어 있는 수술용 메쓰를 비장하게 꺼내 들었다.

 

우선 시바스 리갈을 큰 컵에 따라 환자에게 급히 마시게 했다.

그리고 나서 힘 좋은 선원 6명을 불러 환자를 꽉 잡게 한 다음 침착하게 톱날 부근의 근육을 잘라 나가기 시작했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 내리다가 뺨끝의 턱선에서 처마끝의 고드름이 녹아 내리듯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그걸 닦을 겨를이 없었다.  동맥부근이라 겁이 났다.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더욱 겁이 났으나 일부러 태연한 척 해야 한다는 걸 교육 받아 알고 있었으므로 헐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들 흉내를 내면서 별일 아닌 것처럼 2항사 에게 담배 한 개피를 요청했다.

 어느 정도 자르고 나서 됐다 싶어 4명의 장정이 화살을 붙잡고  당겼으나  인디언 화살은 끔쩍도 하지 않고 기병대원은 단발마의 비명을 질러댔다. 무자비하게 힘껏 잡아당겨 단번에 빼냈어야 했지만 살이 떨려 모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결과 오히려 지옥의 고통만 안겨준 셈이었다.  단번에 해결해야 본인 및 주위사람들의 고통이 덜하고 수월한 법인데 우린 그걸 놓쳐 버렸다.  그의 비명이 날카로운 창 끝처럼  심장 깊숙이 찌르며 들어 와 더 이상 담배 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더 깊이 그리고 더 많이 잘라야 했다.

남자가 이런 것도 못 참아 어떻게 큰일을 하겠냐며 짐짓 태연한 척 한 마디 했지만 사실, 내가 저 지경 이라면 얼마나 고통 스러울까라고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재 시도에 들어가기 전 시바스 리갈을 한사발 더 떠먹이고 나도 스트레이트 잔으로 한잔 마셨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맹물 맛 같았다.

 

생선등뼈에서 횟감용 살을 발라내듯 조심스럽게 메쓰를 움직였다. 어느 게 동맥인지 도무지 분간 할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잘리지 안기만을 바랬다.

 됐다 싶어 다시 힘을 썼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으면 기병대원은 날 죽이려 달려 들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사정 두지 말고 뽑아야 한다고 다짐을 두었지만 본능적으로 눈이 감기고 머리가 돌아가고 기도도 저절로 나왔다!

다행히 화살이 쑥하고 빠져 나왔는데 더불어 많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번엔 봉합 할 차례였다.   봉합사와 봉합가위를 들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발한발 집어 나갔다. 그 옛날 부산 용당 에서의  한 마리 토끼의 희생이 큰 도움이 되었다.

상처부위를 소독 후 붕대를 감고 엉덩이에 마이신 주사를 한방 더 놔주는 것으로 수술은 끝이 났다. 이 주사는 상처 염증 예방용 인데 앞으로 열흘은 더 놔줘야 한다.

수술이 끝나고 담배를 물고 한발 뒤로 물러 서면서 보니 온 바닥이 피칠갑을 하고 있는 것이 엽기적인 살인현장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비로소 긴 숨을 들이 내쉬며 끈적 거리는 땀을 훔쳐 낼 수 있었다.

입안이 까끌거려 혀를 빼고 거울을 보니 허연 백태가 잔뜩 끼여 있었다. 어지간히 속을 끓였던 모양이다!.

두 번 다시 메쓰 잡을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하였으나 내 바램과는 전혀 다르게 시간이 흐름과 더불어 꿰매고 주사 놓는 횟수가 많아 지더니 나중에는 별 감정 없이 피를 닦아내고 메쓰와 봉합가위,주사기를 다루게 되어 전쟁터 야전 군의관  뺨치는 수준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유난히도 무덥던 어느 날 영화 죠스에 등장하는 백상아리가 걸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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