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소식 > 자카르타의 인사동 '수라바야 길'에 가다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746)
  • 최신글

LOGIN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적인 소식을 전하는 게시판입니다.
문의나 홍보는 사전고지없이 삭제 처리됩니다.

자카르타의 인사동 '수라바야 길'에 가다

writerprofile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10-12 01:40 조회22,200회 댓글5건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indoweb.org/love/bbs/tb.php/indo_story/74

본문

출처:오마이 뉴스  링크참조
저자:손인식  
한인 뉴스 10월호에도 소개 되었습니다.
 
sonis419_310070_2[513115].jpg
▲ 잘난 수라바야에 늘어선 골동품 상점들
ⓒ 손인식

자카르타의 ‘수라바야 길(JL, Surabaya)’은 인도네시아의 인사동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곳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건 한국 사람이건 한번쯤 인사동에 가보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나는 자카르타를 방문하는 손님이 오면 반드시 수라바야 길을 안내할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인사동이 반드시 손님을 안내해야할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것과는 대조적이라 하겠다.

인도네시아 어로 ‘잘난 수라바야’, 이 특별한 거리는 30년여 년 전이나 현재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한다. 자카르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한 교민의 말이다. 인사동보다 훨씬 더 특징이 있는 곳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지 않는가.

잘난 수라바야의 존재를 매우 신기해하던 벗은 인도네시아 역사와 인정이 낳은 다양한 문화 산물들을 눈 안으로 끌어들일 듯 세세히 살폈다. 더러는 세월의 때가 절어 끌끌한 느낌을 풍기는데도 만지고 주무르며 교감을 나눴다. 헤집어대는 본새가 물 만난 고기 같았다. 건축인 답다고 할까 다양한 취향과 안목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출발할 때 벗은 스케줄을 물었었고 나는 목적지를 얼버무렸었다. 꼭 보여주려는 내 마음과 달리 그가 혹시 그런 곳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해서였다. 그러나 잘난 수라바야와 벗은 단숨에 가까워졌다. 타국의 골동품과 수더분한 한국인이 서로 낯익어 보였다. 안내자인 내가 오히려 낯선 객으로 섰었다.

sonis419_310070_2[513116].jpg
▲ 어지럽게 걸린 인도네시아 토속 공예품들
ⓒ 손인식

수라바야 길에는 세 가지쯤의 얼굴이 있다. 첫째가 산더미처럼 쌓인 인도네시아 토산 목공예 품들이다. 인도네시아 전국 구석구석에서 수집해온 것들이다. 이들 중에는 세월을 두텁게 머금은 골동품도 있고 제법 예스러움을 위장한 이미테이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5위의 넓은 영토를 자랑한다. 300여 부족들은 도심과 산, 들판, 밀림에서 나름대로 자연과 조화하며 평화를 구가하며 산다. 그들이 분출한 각종 문화 산물들은 참 폭이 넓다. 그들의 생활도구나 공예품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정감이 흐른다.

각 부족들이 밀림에서 쓰는 주술, 제례 용품 등에서는 진솔한 풍속과 그들만의 해학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행하는 흑단목 보호 정책으로 인해 흑단을 활용한 대형 작품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지만 멋진 문양과 색조의 흑단 목에 정교하게 조각된 공예품들이 아직도 많다.

sonis419_310070_2[513117].jpg
▲ 인니 골동품
ⓒ 손인식

자연미 물씬한 괴목에 토속미 짙은 목공예품도 많은데, 이들 중에는 더러 일상의 솜씨를 넘어서 창의성이 돋보이는 것들도 있다. 틈을 내어 돌아보는 이들의 발길을 알지게 한다.

그런가 하면 살기를 느끼게 하는 크고 작은칼과 창, 독침, 활 등 각종 재래 무기도 많다. 칼날과 창, 활촉의 미늘(낚시나 칼, 창에 달려 물체에 박히면 빠지지 않게 하는 거스러미)에서 정글살이와 부족간의 생존 경쟁의 틈을 읽을 수 있다.

둘째 중국문화다. 흔히 인도네시아 중국문화는 많은 숫자의 화교들로 인해 생성되고 변천해왔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육지에 실크로드가 있듯 해상의 뱃길 향유로가 있었고, 바로 인도네시아가 해상로의 발원지이기도 하고 경유지였다는 것을 알면 이해가 빠르다.

뱃길 무역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인도네시아에 유입시켰다. 그리고 향유를 포함한 풍부한 자원들은 잦은 침략을 불러왔고 강제 지배를 당하게 했다. 지금도 멀리는 유럽과 일본, 가까이 호주 등 세계열강들이 틈만 나면 인도네시아에 호감을 표시한다. 바로 자원 때문이다. 풍부한 자원과 천혜의 조건은 이들을 게으르게 했다.

sonis419_310070_2[513118].jpg
▲ 인니 공예품
ⓒ 손인식

예나 지금이나 개발과 생산은 대부분 다른 나라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재도 일상에 쓰이는 공산품마저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여전히 경제가 지배당하고 있다. 정치, 경제, 창의력 모든 것에 있어서 지배당하는 전통은 이어져서 좋을 것이 없건만.

최근 들어 침몰된 무역선들을 찾아오는 보물선 탐사꾼들이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지금도 더러 어부들의 그물 망에 골동품 한 두 점이 걸려 올라온다고 하니 괜스레 듣는 이의 마음이 설렌다. 정기적으로 잘난 수라바야를 찾는 이들의 속셈을 알 것 같다.

잘난 수라바야에서 눈에 띄는 중국문화는 금빛 또는 청동 빛으로 빚은 다양한 철공예품들과 도자기류 들이다. 기품을 뽐내는 동(銅)공예품들과 청화문양 웅숭 깊게 피어난 도자기류들이 그야말로 산더미다.

돌아들다 보니 내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이 있다. 백수백복(百壽百福)의 글자가 전서로 새겨진 도자기 항아리다. 전각석과 연적도 있다. 전각이나 연적을 사용하는 문화 발생지와는 멀고먼 열대나라,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이국의 묵은 길가 허름한 점방 진열대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살피는 전각석과 연적, 과연 누가 저들의 새 주인이 될 것인가 생각이 많아진다.

손님의 눈길이 머무르는 것을 감지만 하면 그 물건을 집어들고 팔겠다고 달려드는 인도네시아 점원들은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기나 할지.

sonis419_310070_2[513119].jpg
▲ 중국 도자기 유의 일군
ⓒ 손인식

셋째 유럽과 일본의 지배문화다. 섧게 보면 어찌 수탈이 남긴 찌꺼기가 아니랴. 유럽과 일본문화의 잔재들이 여실하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시대를 넘어서서 현재까지도 그 이름을 자랑하는 명품들도 있다.

독일과 일본의 카메라, 미국과 일본의 악기, 어느 장인(匠人)의 작품이었을 장검들도 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일본 어느 병사였을까. 그들의 손때가 묻은 단검이 있다. 어느 거만한 지배자의 거실에서 조명을 받으며 8색으로 반짝였을 크리스털 공예품도 있다.

이것저것 눈 여기던 벗이 장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견장, 흉장 화려한 어느 정복자의 옆구리에 걸려 위엄을 부렸을 장검. 검집이 화려하고 손잡이 장식이 기묘하다. 손잡이에 감긴 헐은 가죽위로 손때가 번들거린다. 벗이 칼을 뽑았다. 검 날이 섬뜩하게 살아 나왔다. 살벌했다. 한줄 고랑이 칼등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칼끝으로 나있다. 저 고랑으로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을까. 푸르게 드러나는 칼날에 남방의 햇살이 베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잘난 수라바야는 자카르타 구시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 주변에 역사적 상징물들이 많다. 인사동 주변 마을에 한옥들이 많듯이 고전풍의 우아한 구옥들이 많다. 인사동과 닮은 점이다
.
sonis419_310070_2[513120].jpg
▲ 유럽호사가들의 취향이 물씬 드러나는 크리스털 제품들
ⓒ 손인식

“시간이 살아있지?”
내 물음에 벗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헐값에 산 연적을 만지작거리는 나만 건너다보았다.

차에 오른 벗이 물었다.
“여기를 자주 오나보지?”
“느끼잖아.”
“뭘?”
“생이 덧없는 것이 아니라든가 찰나가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 뭐 그따위들…. 진리는 새것보다 오래된 것에 있는 것 같잖아?”

벗은 나의 되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카르마님의 댓글

카르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라바야 생활 주말에만 1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 한번도 못가본 곳이네요..
매주 밤에만 수라바야 가다보니, 밥 먹고, 술마시고 그정도 뿐이라..
일요일이나, 토요일 오후에도 구경이 가능할라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

민가이님의 댓글

민가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봤습니다 골동품을 그리 좋아 하지 않아 사진 촬영차 두어번 가본 곳입니다
길이 넘 좁아서 아쉬운곳이죠

아얌깜뿡님의 댓글

아얌깜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족자 근처에 솔로라는 도시가 있읍니다
그곳에 만물상이 한국에 청계천이나 인사동을 생각 할수 있는 좀 큰 규모의 시장이 있어요 시간나면 솔로 족자를 한코스로 여행 해보심이
또 솔로에는 동대문 장난감 시장처럼 유통시키는 시장도 있구요
그곳에 왕궁 한국에 창경궁 같은곳이 있구요 아직도 왕족이 살고 있고 사진은 찍을수 없어요
그리고 신발을 벋고 들어가더라구요

마스메라님의 댓글

마스메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기 정말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입니다. 근데 단지 한줄로만 쭉 되어 있고 도보도 좁고 바로 길과 맞닿아 있기에 좀 불편한점은 있고 끝에서 끝까지 두세번 왔다갔다하면 지치더군요..ㅋㅋ

  • 목록
인도네시아 소식 목록
  • Total 2,982건 1 페이지
  • RSS
인도네시아 소식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82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변 국제 학교 댓글1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07-20 40950
2981 훌륭하신 좋은 일이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댓글27 첨부파일 순수문화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25 34791
2980 일본 성인비디오 배우 캐스팅-인니-야후 사이트에 올라온 인니 관… 댓글18 북극곰브루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16 34222
2979 인도네시아인이랑 사귀는거요.. 댓글63 kingwangzz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9-14 30871
2978 2013년도 달력 공유합니다. - 한국과 인니 휴일 포함하였습니… 댓글40 첨부파일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11 28870
2977 영사 민원업무 안내 매뉴얼(수정본) 댓글6 첨부파일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27 27558
2976 아기 태어나서 한국으로 출생신고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부여받나… 댓글12 첨부파일 youngski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19 27442
2975 인도네시아. 여자,여자,여자.. 댓글11 한겨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2-07 25447
2974 인니 이통사별 Pulsa 충전 & 확인 번호, 할인 국제전화 코… 댓글2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26 24996
2973 2015년 달력을 공유합니다. - 한국&인니 공휴일 표시 (20… 댓글8 첨부파일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25 24144
2972 '2014년 45호 법무인권부 수수료 변경에 관한 정부령' 주요… 댓글1 wir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7-03 22768
2971 에어아시아 한국왕복 이용기 댓글19 센티멘탈로피테쿠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8-30 22452
열람중 자카르타의 인사동 '수라바야 길'에 가다 댓글5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0-12 22201
2969 인도네시아 여자친구와 결혼을하게되면 일을할수있는 자격(워크퍼밋)… 댓글12 어디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27 22051
2968 운전면허? 댓글12 kss01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16 21762
2967 쇼핑몰의 천국 자카르타에서 댓글20 눈부운곰탱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5-19 21558
2966 자카르타 오피스, 주거용 부동산 시장 전망 댓글1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4-29 21505
2965 SESKOAL(세스꼬알) 골프 연습장.... 댓글16 주주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26 21032
2964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교에 대한 생각 댓글16 행복예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5-26 20765
2963 인니인 기사 급여 수준.. 댓글20 kenzor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20 20757
2962 자카르타 모터쇼 여성 도우미 조금 큰사진 댓글12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1-21 20364
2961 방까벌리뚱의 제비집호텔과 제비집요리의 진실 댓글7 인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12 20332
2960 인도네시아, 석탄시리즈 (1)- Contractor와 Opera… 댓글7 바다사나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02 20308
2959 서울 렌트카 주의하세요 에휴... 댓글22 나무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1-10 20203
2958 석회질이 웬수? - 모닝듀 제공, 아시나요 2 댓글30 dongdo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22 19534
2957 인도네시아, 관광산업(2)-진출전략 댓글1 바다사나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05 19417
2956 2012년 달력 - 인도네시아 공휴일 표시 댓글36 첨부파일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20 19236
2955 인도네시아 한국식당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댓글22 도야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6-29 19227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