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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 카레김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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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12-20 08:25 조회60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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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김치를 아시나요?

 

김주명

 

롬복으로 이사 온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첨 외국에서 살다 보면 무엇이 젤로 힘이 들까? 물론, 언어가 달라서 고생할 것이고, 다음으로 꼽자면 음식이 될 것이다. 무엇이든 잘 먹는 필자로는 음식은 큰 문제는 아니었었다. 게다가 필자를 롬복으로 초대한 친구의 부인이 매 끼니를 정성스레 챙겨주는 덕에 비교적 쉽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집에 찾아온 주위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한국의 이야기를 꺼내며, 꼭 김치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김치의 세계적인 인기도는 알겠지만, TV로만 보며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김치에 대한 호기심을 이야기 하는데,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혹시나 싶어 액젓이랑 고춧가루는 챙겨왔으니, 한국의 맛을 한 번 재현 해 볼까?

그날은 친구의 부인과 함께 시장에도 처음 가 보았다. 열대의 나라답게 이색적인 풍광들이 많았지만, 김치 담그는데 필요한 마늘과 큼직한 생강은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배추도 작았지만 무척 싱싱해 보인다. 쌈배추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장을 본 것들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코리언 미스터 김이 김치 담근다는 소리에 동네 사람들 모여든다. 이를 어쩌나? 김치가 금방 뚝딱 되는 게 아닌데……. 속내를 알지 못하는 이웃들은 마냥 즐거워 보인다. 다행히도 배추가 부드럽고 먹기 좋았다. 잠시 소금물에 담가두고 양념을 준비하는데, 생강이 보기보다 매끈하고 조금 굵어 보였다. 쓸 만큼 손질하고 양념장도 준비하였다. 이제 소금물에 담가둔 배추를 씻고, 겉절이 식으로, 금방 먹을 수 있는 김치를 완성했다. 맛이 제대로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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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음식들은 주로 노랗게 조리된 음식을 많이 볼 수 있다. 음식에 강황을 많이 사용하나 보다 싶었는데, 노란색 봉지의 라면도 팔고 있었다. ‘커리 미 아얌’, 우리말로 닭 카레 라면이 되겠는데, 라면과 카레의 조합이라니? 맛도 확실히 카레 맛이 강했다. 그런데 입에 딱 맞는 게, 알을 깨고 나온 새끼는 처음 본 새를 어미 새로 여긴다는 것처럼, 롬복에서 처음 먹은 카레라면이 필자의 베스트 푸드가 되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동인도 회사의 향신료 무역, 실제 살면서 마주치는 향신료는 그 실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의 식료품 매장에 가 보면 이를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양념류가 있다. 특히, 잔치나 상례 등 경조사에 나오는 음식은 전부 노랗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필자의 특별한 관심에 친구는 농담조로 엘로우 진져라고 웃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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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김치가 완성되었다. 우선 필자가 맛을 보는데, 한 달 만에 먹어보는 김치인지라 그 맛을 가늠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침을 꼴딱 삼키고 있는 관객들에게 차례대로 권하는데, 반응이 달랐다. 조리과정을 지켜 본 사람들 중에는 아직, 요리가 덜 되었다라는 반응이었다. 아채를 생으로 먹지 않는 습관이라 소금에 절인 김치는 당연히 요리가 덜 된 채소의 단계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던 중, 맛을 본 사람들은 탄성을 내며 엄지를 쭉 치켜 올린다. 그리고선 마늘과 엘로우 진져를 가리키며, 한국에도 있냐고 물었고, 당연히 있다고 엄지 척으로 화답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한바탕 어질러진 거실에 엘로우 진져가 눈에 들어온다. 노란 생강이 있을까? 노란색 생강이면 강황인가? 만남의 여운처럼 드리워진 노란 생강의 비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카르타에서 어느 분이 향신료에 대한 강좌를 한다고 내용을 보내왔다. 이 메일을 살피던 중, 양강근이라고 적힌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 그랬구나! 그래서 김치에 저 옐로우 진저를 쓴다고 동네 사람들이 신기하게 말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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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먹는 김치, 그냥 먹을 순 없었다. 입에 딱 맞는 카레라면과 함께 먹으니, 궁합이 딱이다. 어느게 생강인지, 양강근인지? 또 어떤게 카레인지 강황인지 몰라도 맛은 좋다. 이마에 맺힌 송글한 땀을 어느새 적도의 바람이 날려준다. 이제 건기가 되려나? ! 살만하다.

 

 

 

 

from 롬복시인 김주명

wnaud01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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