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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테니스 황제 페더러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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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2-01 13:17 조회1,8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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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부터 테니스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시작을 놓치지 않으려고 광고를 지켜보면서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1세트 첫 번째 게임부터 승부가 날 때까지 모든 게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본 경기가 있는가? 특히 3세트를 먼저 따내야 하는 4대 메이저 대회 경기를 5세트 끝까지 관전한 적이 있는가? 난 없었다. 이번 2017년 호주오픈(Australian Open) 결승 전까지는 그랬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번 호주오픈 결승은 달랐다.

 설이라 부모님 댁에 있다가 경기 시간(오후 5시 30분)에 맞춰 집에 돌아오기 위해 조카들과 더 놀겠다는 어린 딸아이의 투정을 뒤로하고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그동안 메이저 대회 경기도 다른 모든 대회들처럼 2세트를 따내면 이기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5세트 테니스 경기는 지루하기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로저 페더러의 첫 번째 서비스부터 라파엘 나달의 챌린지로 페더러의 마지막 샷이 라인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호크아이(Hawk-Eye) 궤도추적화면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까지 3시간37분 동안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5세트엔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빨리 경기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위대한 두 선수가 플레이하는 것을, 이 역사적 순간을 잠시라도 더 잡아두고 싶었다. 페더러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에도 떨림이 남아 함께 관전한 아내와 꽤 오랫동안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몇 가지 다른 일을 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것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국내외 대중매체나 소셜미디어를 살펴보면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이 이번 호주오픈 결승 그리고 페더러의 우승에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로저 패더러/사진=AP
 유례없이 뜨거운 환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페더러의 호주오픈 우승은 당사자 페더러와 그 상대였던 나달뿐만 아니라 테니스계와 테니스 팬들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특별하다. 첫째, 페더러는 이번 우승을 통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그것도 동시에 해냈다. 호주오픈 시작 전, 아니 16강에 진출했을 때까지만 해도 페더러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나 팬은 거의 없었다. 페더러 자신도 우승소감에서 솔직하게 말했듯이 1번 시드 앤디 머리와 만나게 되는 8강에나 올라가면 만족할 거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예상했던 이유는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 지난 40년간 35세가 넘는 선수가 우승한 적이 없었던 만큼 우승을 노리기엔 천하에 페더러도 나이가 너무 많아 보였다(만 35세5개월). 나이 탓인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에 서기엔 몸상태도 좋지 않았다. 부상으로 6개월이나 쉬었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낮은 시드 (17번)를 받은 탓에 대진운도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10년간 17번 또는 그보다 낮은 시드를 받은 선수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또한 페더러는 5년간 한 번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을 만큼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 않았던가?

 설상가상으로 이 모든 불가능을 뛰어넘어 결승전에 진출해 결승에서 만난 선수가 하필 천적 나달이었다. 과거 확률로만 보면 페더러가 호주오픈 결승에서 나달을 이길 가능성은 0%였다. 잔디코트인 윔블던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페더러는 나달을 한 번도(0승8패)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17년 호주오픈 우승은 이런 확률이 0에 가까운 일들을 한꺼번에 해낸 페더러만이 가능한 기적이다.

 이번 호주오픈 결승이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이 경기가 테니스 역사상 누가 '가장 위대한 선수(Greatest of All Time·GOAT)'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2017년 호주오픈 전에도 이미 역사상 남자 선수 중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단식 대회에서 우승했고(17회), 가장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에 올랐으며(302주),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경기에서 승리하는(307회) 등 과거 어떤 테니스 선수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달성한 테니스 황제 페더러를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GOAT'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페더러가 나달에게 라이벌로 불리기 부끄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열세(통산전적 11승23패)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페더러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가 아니라는 반페더러 진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였다.

 당대에 최고가 아닌 선수가 어떻게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페더러가 당장은 나달(14회)보다 3개 많은 통산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이번 호주오픈에서 나달이 우승했더라면 이러한 차이마저도 단 2개 차이로 줄어들 수 있었다. 게다가 슬럼프를 벗어난 나달이 자신이 가장 강한 클레이코트에서 펼쳐지는 2017년 프랑스오픈에서 잇달아 우승한다면 그랜드슬램 타이틀 보유 수 우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질 수 있었다. 이렇게 2017 호주오픈 우승은 단순히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우승 횟수를 17번에서 18번으로 하나 더한 것이 아니다. 페더러가 자신의 전성기 때도 이기지 못했던,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다섯 살 어린 천적 나달에게 그동안의 패배를 모두 보상하고도 남을 만한, 'GOAT'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페더러의 호주오픈 우승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수많은 팬들이 너무나도 애타게 원하던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테니스 팬들에게 페더러의 은퇴 전 메이저 대회 우승 추가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에 올려놓을 만큼 간절한 바람이었다. 테니스 팬들의 그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소망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끝으로 팬들에게 이번 호주오픈 결승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이유는 페더러가 메이저 대회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그리고 라이벌 나달과 그것도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을 보는 것이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페더러 자신도 우승소감에서 올해가 호주오픈에 참가하는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I hope to see you next year, but if not, this was a wonderful run here and I can't be more happy to have won tonight").

 우리에게 이번 호주오픈이 페더러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페더러가 영원히 선수로 남길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호주오픈이, 다음 프랑스오픈이, 그리고 올해가 페더러의 마지막이 아니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이, 페더러의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결점이 없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테니스를 단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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